【방글라데시】 여성의류노동자 80%가 성적 괴롭힘 겪거나 목격해
【방글라데시】 여성의류노동자 80%가 성적 괴롭힘 겪거나 목격해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09.14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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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 가장 심한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되는 여성보호운동

○ 방글라데시 섬유 산업 분야에서 시작된 #MeToo

지난 해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회사인 매킨지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이 성 평등을 실현하면 아시아 지역의 GDP가 2025년까지 4.5조 달러(4900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이지만,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차별이 심한 곳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꼽았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706달러로 세계적인 극빈국이고, 무슬림인구가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다음으로 많은 이슬람 문화권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된 곳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성적 괴롭힘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 운동가인 돌리 아크타(Dolly Akhtar)를 소개하면서 방글라데시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착취 문제를 조명했다.

돌리 아크타(Dolly Akhtar) - 출처 : the Guardian Online
돌리 아크타(Dolly Akhtar) - 출처 : the Guardian Online

방글라데시는 중국 다음으로 큰 섬유 수출 세계 2위 국가로 의류산업은 2017년과 2018년에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분야 중 하나이다. 여성 활동의 제약이 많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것은 그만큼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여성 근로자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성적 학대에 거의 관심 없어

아크타는 16살이던 10년 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르에 있는 한 공장에 취업했는데, 유부남인 직속상사의 성적 괴롭힘에 못이겨 공장을 그만뒀다. 이후 다른 공장에 들어갔지만, 그것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다. 

“그곳 매니저는 우리를 욕하고 때렸어요. 남자들은 우리에게 음흉한 미소를 보냈고요.”

괴롭힘에 신물이 난 아크타는 그들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고, 공장의 다른 젊은 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 결성을 진두 지휘했다. 이를 눈치챈 공장측은 그녀를 감금하고,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아크타는 방글라데시 여성 의류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성적 괴롭힘, 성폭력과 성착취를 폭로하는 풀뿌리 운동의 최전선에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4,200여개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250만명의 근로자들이 있고, 이들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2013년에 1천여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은 패션 팩토리 라나 플라자 붕괴 이후 정부와 서방기업들은 공장내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근로자 안전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성폭력과 성착취에 대해서는 아직도 거의 관심이 없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이 여성들의 80%는 작업장에서 성적 학대나 괴롭힘을 겪거나 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신고하거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여성들은 거의 없다. 

아크타는 이런 현상에 대해 “뿌리 깊은 차별, 정치 및 노동조합 부분에서 여성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자의 부족, 그리고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에 대한 비하 등 다양한 이유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섬유산업 여성 근로자들이 성적괴롭힘에 맞서 연대 구성

<Human Rights Watch>의 여권담당고문인 아루나 카쉬압(Aruna Kashyap)은 2017년의 보고서를 통해 “의류 노동자들에게 성적 괴롭힘의 폭로에 대한 보복이 없다면 그들은 #MeToo를 소리칠 것이다. . . 그녀들이 겪는 일터에서의 성적괴롭힘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이라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일이지만, 할리우드나 미디어, 그리고 정치적 인물들이 얽힌 성적괴롭힘 만큼이나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5월에 <Asia Floor Wage Alliance and Global Labor Justice>는 주요 서방기업들의 아시아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성에 기반한 폭력(gender-based violence)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카쉬압은 이후 관련기업들은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폭력과 착취에 대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인지하고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도 거의 없다. 2009년에 대법원의 상위법원분과에서는 일터에서의 성적 괴롭힘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지만, 근로자들이 보복 없이 고발할 수 있는 절차는 아직 없다. 

지난 3월 16일, 한 공장의 부생산매니저가 18살 소녀를 성적으로 괴롭힌 것에 대한 항의로 여성들이 단식파업을 했다. 공장측은 그 매니저는 해고됐다고 하면서 여성들의 항의내용은 “전혀 심각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장측은 피해자는 물론 항의에 참여한 여성들에 대해서도 ‘방해’를 이유로 임금도 주지 않고 해고했다. 피해자가 오명과 보복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경찰조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아크타는 “이 나라의 경제는 여성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 여성들은 거의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크타는 지난 5년 동안 수많은 성적 괴롭힘 사건들을 다뤄왔다. 그녀는 현재 여성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도록 교육시키고, 노동법이 집행되도록 도와줌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강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몇 주 전 한 밤중에 한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내가 소녀들에게 ‘더러운 일들’에 대해 말하도록 부추기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나를 강간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아크타는 용감하게 대처한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과 소녀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걱정한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