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2주간의 유급 아빠육아휴직이 허용돼
【스위스】 2주간의 유급 아빠육아휴직이 허용돼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09.1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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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논의와 길고 끈질긴 투쟁 끝에 국회 통과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국회에서 향후 아빠들에게 2주간의 유급육아휴직 허용 결정

스위스를 대표하는 기업인 네슬레(Nestle)는 스위스에서 사용되는 독일어 방언으로 ‘작은 둥지’를 뜻하는 회사명에 맞게 로고에 어미새가 둥지에 있는 새끼새들을 돌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재밌는 사실은 1995년 127년 만에 로고의 새끼새가 3마리에서 2마리로 줄었는데, 이는 출산율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UN 인구통계를 보면 1970~1975년 전세계 평균 합계 출산율은 4.47명이었는데, 2015년~2020년은 2.47명으로 45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네슬레의 로고에서 새끼새가 1마리로 줄어들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스위스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기준 1.52명으로 OECD 평균인 1.65명에 못 미친다. 

스위스에는 별도의 출산장려정책은 거의 없지만, 세금체계에 있어서 자녀수가 한명씩 늘어날수록 감면혜택도 커진다. 외벌이 부부는 싱글보다 소득세의 15%를 감면받고, 외벌이에 자녀수에 따라 감면이 늘어나는데, 자녀가 둘이면 소득세율이 0%가 되고, 3명 이상이면 지원금까지 받는다.

또한 스위스에서는 육아휴직에 대한 법률 조항도 부재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국제동향 조사를 보면 스위스의 경우 여성의 출산휴가 부분만 헌법에서 여성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데, 출산시 전일제(full-time), 시간제(part-time) 근로형태와 관계없이 여성은 최대 14주 출산휴가를 보장받으며 임금의 80퍼센트를 일일수당(daily allowance) 형태로 지급받는다. 

반면 남성은 배우자가 출산하는 경우, 개인의 고용형태나 기업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대개 1일~2일의 휴가를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사할 때의 휴가기간과 비슷하다.

오죽했으면 예술가 가브리엘 페터(Gabriel Vetter)는 이런 상황을 풍자하는 라는 제목의 액션스릴러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젖병 온도 맞추기, 아기 감싸는 법 배우기,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기 등을 24시간 안에 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아빠의 직장사장은 전화로 “내일 아침까지 사무실로 출근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 짜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이제 스위스를 조롱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는 언급과 함께 스위스 국회에서 향후 2주간의 유급 아빠유아휴직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 기업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 준다는 반대여론도 있어

스위스 주의회는 이미 지난 6월에 이 법안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4주간의 아빠육아휴직기간을 법제화하자는 국민청원은 아직 계류 중이며, 국민들이 국회에서 결정한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열자고 할 수도 있다. 

참고로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로 입법이나 정책 방향 안건에 대한 의무적 또는 선택적 국민 투표와 국민 발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 유권자 개인 또는 집단은 18개월 이내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아빠 육아휴직의 배경에는 길고 끈질긴 투쟁이 있었다. 

이미 2016년에 2주간의 휴직안이 제출됐지만, 국회는 이를 거부했다. 

같은 해에 휴직기간을 4주로 하는 국민청원안이 만들어졌는데, 이 안이 국회에서 협의되는 시점에서 현재 통과된 2주간의 휴직안이 대안으로 제출됐다.

아빠 육아휴직은 14주의 엄마육아휴직 또는 국방의무를 위한 휴직처럼 고용주와 고용기업들에게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가족정책위원회의 엘리사베스 젬프(Elisabeth Zemp) 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8주  의 아빠 육아휴직 제도가 실시될 경우 1년에 약 10~15억 프랑(한화 약 1조 7천억 원~1조 7천 5백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했다.

가족정책위원회는 스위스 연방정부의 내각인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게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책 제언을 제공하는 자문위원회이다.

사실 아빠 육아휴직이 통과된 것은 이례적이다. 왜냐하면 현재 스위스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진보적인 자유민주당(FDP)과 보수적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아빠육아휴직에 대해 어떤 안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SVP 강경파인 안드레아스 글라르네(Andreas Glarner) 의원은 아빠 육아휴직 없이도 자신들의 과제를 극복하는 여성들을 능력있다고 찬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2주간의 유급 아빠유아휴직 허용으로 이런 스위스의 핵심 강경보수기조가 공개적으로 무너졌다. 

한 녹색당 의원은 “이제 남성들은 더 이상 가족 일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 녹색진보주의자는 어버이가 됨으로써 발생하는 커리어상의 위험은 엄마와 아빠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