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섭섭하기는 해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한 여성의 일이다.

섭섭하다는 것은 이 여성의 결혼 전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통화를 매우 자주 했는데, 내가 전화를 하면 늦어도 1시간 안에는 회신을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전화도 잘 안받고, 회신도 안 하는 것 때문이었다.

3번 정도 이런 일이 있어서 최후통첩을 했다.

 

섭섭합니다.

그랬더니 연락을 한 아버지는 딸의 결혼소식을 전했다.

여성의 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이다. 그분은 내 칼럼을 읽었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 아버지가 봤다는 칼럼은 ‘배우자를 일찍 만나는 게 늦게 만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내용이었다.

본인의 우선 가치를 배우자를 만나는 데 두느냐, 사회생활에 두느냐는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여성이 연봉 1억원을 받는 배우자를 만났다면 그 수입은 10년이면 10억원이고, 20년이면 20억원이다.

이에 비해 여성이 자기 일을 충실히 하다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면 연봉이 낮은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 연봉이 5000만~6000만원이라고 하면 앞의 여성과의 차이는 1년에 수천, 10년이면 수억이 넘는다.

또 결혼을 빨리하는 경우 사회생활로 인한 이득은 없지만 출산, 육아 등을 빨리 하고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 삶의 자유를 즐길 수 있다. 일찍 결혼하는 것도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투자다.

3년 전 여성의 아버지가 당시 20대 초반이던 딸의 중매를 의뢰했을 때 처음에는 “너무 어리다”고 거절했다. 아버지의 계속되는 요청에 나는 3가지를 얘기했다.

“보험 들었다고 생각하고, 성사가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더라도 부담없고, 이런 생각으로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님은 일찍 소개를 받게 되므로 같은 연령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상대를 미리 만나고 결정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거죠.”

“학력과 직업 선택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나이가 젊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그 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그 여성의 소개가 진행됐는데,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면서 천천히 만남이 이뤄졌다. 1년에 2~3명 정도 만났고, 3년째인 올해 6번째 만남에서 드디어 서로 느낌이 통하는 남성을 만났다.

상대는 재미 교포로 부모님도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은 분들이었다. 남성 본인도 20대 후반으로 20만달러 이상 연봉을 받는 능력 있고, 성격 좋은 사람이다.

여성은 운동으로 건강과 스타일을 관리하고, 어학공부를 열심히 해서 어디에 살게 되건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결혼준비를 해왔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결혼결정을 할 수 있었다.

만일 사회생활로 결혼이 늦어졌다면 확률상 이런 만남은 어려웠을 거다. 이 여성은 자기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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