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반대는 결국 여성의 자율권 행사를 못하도록 하는 것

출처 : 언스플래쉬
출처 : 언스플래쉬

 

○ 유엔의 생식권 지지를 “유해한 정책”이라고 비난 

미국 정부가 유엔회원국들에게 낙태반대 국가 연합에 합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는데, 이는 여성인권의 확대를 역행시키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 및 인적서비스 장관이 서명한 이 서한에는 성과 생식(sexual and reproductive)에 관한 보건과 권리를 촉진하는 유엔의 “유해한(harmful)”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가디언지가 확인한 이 서한에 따르면 이 성명서는 유엔총회의 보편적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overage)에 대한 고위급 회담에 제출될 것이라고 했다. 

서한에는 “모든 주권국가는 글로벌 건강증진의 우선 순위로, 태아를 보호하고, 어린이의 성장과 건강한 삶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사회단위로서의 가족을 보호할 최선의 방법을 결정할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장하는, 미국의 입장에 협력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구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서한은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정부에 보내진 것으로 추측되는데, “유엔이 낙태를 조장할 뿐 아니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법에 소중하게 반영되어 있는 종교적 원칙과 문화적 규범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충격적이며, 반드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서한은 지난 5월 국제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 제출된 성명서와 비슷하게 각국이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 이에 덧붙여 “이런 우리의 공통된 가치가 반영되는 문건이 발행되도록 함께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5월에 국제보건총회에 제출된 성명서에 서명한 국가들은 미국, 브라질,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하이티, 가나, 나이지리아 그리고 이라크이다. 

그 성명서는 성과 생식에 관한 보건(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을 언급함으로써 “혼돈과 오해가 야기된다”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가 “회원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한 용어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의 오래된 합의서들에 사용된 성(gender)”과 같은 표현들을 희석시키거나 없애려고 해왔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 보수성향 정부들을 결집해 국제적 합의 약화시켜

일례로 지난 4월에는 미국 관료들의 집중적인 로비로 인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간방지 결의안에서 ‘성 및 생식에 관한 보건’이라는 언급이 지워졌다. 

국제여성보건연합(International Women’s Health Coalition)의 변호 및 정책 담당관인 샤논 코왈스키(Shannon Kowalski)는 “이 서한은 그들이 국제적 합의를 약화시키고 여성을 위한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관심은 낙태 뿐 아니라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권 행사,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왈스키 담당관은 또한 이 서한에 국무장관과 보건 및 인적서비스 장관이 서명했다는 사실은 유엔 정책성명서의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을 목표로 하는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의 정책 자문관인 카이퍼 버킹햄(Keifer Buckingham)은 “이 서한은 그들이 과거에 비밀리에 해왔던 일들을 이제 공공연하게 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미국과 함께 하지 않으면 미국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국제기구 재정지원과 관련된 암시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서한에 서명했던 아자르 미국 보건 및 인적서비스 장관은 지난 23일 유엔총회의 보편적 건강보험에 관한 고위급회담에서 건강보험의 확대를 논의하되, “성과 생식에 관한 보건 및 권리”라는 표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모호한 개념이 “낙태와 같은 관행을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아자르 장관은 미국, 벨라루스, 브라질,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과테발라, 하이티, 헝가리, 이라크, 리비아, 말리, 나이지리아, 폴란드,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수단, 아랍에미레이트를 대표해 발언했다.  

이들 국가 중 콩고, 이집트, 하이티, 이라크에서는 낙태가 금지돼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산모의 생명을 구하거나 산모의 건강을 위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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