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임신 22주 미만 조산아는

구명조치 없이 ‘유산’으로 처리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임신 21주와 22주 사이에는 ‘생명 구분선’ 있어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임신 24주째인 초미숙아가 태어났는데, 체중이 불과 267g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남자아기’가 됐다. 이 아기는 6개월간의 치료 끝에 모유 수유가 가능할 만큼 성장해 올해 2월에 퇴원했다. 

임신 24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는 생존율이 1% 정도로 희박하며, 살아남는다고 해도 뇌성마비와 정신박약 등 뇌신경학적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법률로 정해진 조산아의 생육한계를 현재의 22주에서 앞당기고, 그에 따라 필요한 지원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NHK는 통계를 인용, 2017년 한해 동안 임신 23주에 태어난 아기는 298명, 22주에 태어난 아기는 130명이었는데, 임신 21주에 태어난 아기는 단 한명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임신 21주와 22주 사이에는 ‘생명 구분선’이라고 하는 엄연한 경계선이 있다. 

임신 22주에 태어난 아기는 인공호흡기 등을 붙여 발달을 촉진시키고, 그 이후 퇴원해 생육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 22주 이전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발달이 충분치 않아 태어나도 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의료현장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다는 등의 구명조치가 기본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유산’으로 처리되어 왔다.

NHK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의사들은 “임신 22주 이전의 출산에는 구명조치를 하는 신생아과 의사가 입회하지 않는다”,“임신 22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는 그대로 지켜보는 가운데 죽어간다”고 했다. 

 

○ 의료기술 발달로 임신 22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의 생존 가능성 제기돼

“임신 22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는 구명하지 않는다”는 ‘생명구분선’은 국가가 법률로 정한 ‘생육한계(生育限界)’에 기초하고 있다. 임신기간이 어느 정도면 아기가 살 수 있을까를 나타내는 ‘생육한계’는 모체보호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이 ‘생육한계’는 이 주수 이전에 태어난 아기는 살 수가 없어 인공 임신중절이 인정되는 구분선을 위해 설정된 것인데, 이 구분선이 신생아 의료현장에서 구명 여부를 판단하는 현실적인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육한계’는 지금까지도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앞당겨져 왔다. 1953년에 임신 28주, 그 이후 1976년에 24주로 변경됐다가 1990년에 다시 현행 임신 22주가 됐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최근 임신 22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의 생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생육한계’를 다시 앞당기는 것에 대해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의 의료진을 중심으로 국가연구반이 조사 중이다.

즉, 임신 22주와 23주에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 후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현재의 의료기술을 기반으로 진정한 생육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통계학적으로 산출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내년 중에 정리될 전망인데, 결과에 따라 생육한계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의 대표의사인 모리 사키나오씨는 “임신 22주, 23주의 아기를 생존시킬 방법은 많아 졌다. 그렇다면 정말 22주 미만은 살 수 없다는 정의가 맞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살아난 조산아에 대한 지원체계도 고려되어야

한편, 의료현장 최전선의 의사들은 생육한계를 앞당겨 조산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서 조산아 구명율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나가노현립아동병원에서는 임신 22주에 태어난 아기의 90% 이상이 구명조치를 통해 생명을 건져 퇴원한다. 

그러나 그 중 30%는 심한 호흡장애와 뇌성마비 등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22주 미만의 아기도 살리게 되면 장애가 있는 아기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병원의 의사 히로마 타게이코씨는 “그 중에는 위독한 장애로 인해 의료적 보살핌이 필요한 아기도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운용상 어딘가 구분선이 필요하지만, 진정 어디까지의 아기 생명을 구할 것인지 날마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육한계를 앞당기는 경우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유년기 뿐 아니라 취학 후에도 가능한 장기간에 걸쳐 아이의 발달 및 장애에 대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NHK는 밝혔다.

조산아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관리를 하고 있는 카나가와 현립아동의료센터의 신생아과 의사인 토요시마 카츠아키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생육한계를 앞당길 것인가는 신생아 치료 성과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살아난 아기에 대한 지원체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신생아의료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고, 구명율도 세계 1위라고 한다. 하지만 퇴원 후 계속적인 보살핌은 충분히 시행되지 않아 현재 여러 의료기관들이 개별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NHK는 ‘생명구분선’을 재고해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살린 생명이 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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