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에서의 성불평등, “불평보다는 전략적 접근 필요”
【미국】 가정에서의 성불평등, “불평보다는 전략적 접근 필요”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11.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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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휴가는 가사분담, 낮은 이혼율과도 관계 있어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가정에서의 성불평등은 광범위하고 견고한 문화구조적 배경에서 비롯돼

지난 9월 방한했던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이자 언론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평등은 민주주의의 문제”라면서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를 위해선 먼저 남성도 여성만큼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주로 맡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의 성평등은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고, 한편으로 남성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왜, 혹은 언제부터 남성들은 집안일에서 손을 뗐는가, 어떻게 하면 남성들을 집안일에 참여시키는가, 하는 의문들이다.

미국 CNN은 가정에서의 성불평등은 광범위하고 견고한 문화구조적 배경이 있다고 진단했다.

CNN에 따르면 지금의 아빠들은 1965년도의 아빠들보다 양육은 약 3배, 집안일은 2배 이상 참여하고 있지만, 여성이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해도 집안일과 육아의 대부분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남편이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부부는 냉정하고 협력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Contemporary Families> 사무국 이사이면서 「가보지 않은 길: 아메리카 가족제도와 향수병 함정(The Way We Never Were: American Families And The Nostalgia  Trap)」의 저자인 스테파니 쿤츠(Stephanie Coontz)씨는 대부분의 인류역사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가정 및 가족운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말한다.

19세기 이전까지 아빠들은 집안일에 많이 관여했었다. 땔감을 캐오고, 물을 길어오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친척과 이웃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 등을 아빠가 했다. 즉, 아빠들은 소위 ‘감정노동’에 관련된 많은 일을 하였다. 반면 여성들은 집안일인 농업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

 

○ 아빠들이 체질적으로 집안일과 안 맞지는 않아

그러다가 아빠들은 임금노동자가 되고, 집안일은 엄마의 몫이 됐다. 아이를 교육시키고, 사회관계를 유지하며, 집안을 깨끗하게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든 일을 엄마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쿤츠씨는 “19세기 초, 남성들은 (자금)제공자이자 (가정)보호자라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형성됐다. 즉, ‘여자의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남자답다’는 정체성이 확립된 것이다. 여성도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였고, 스스로 가정전문가로 자처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사회제도가 마련됐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역할에 대한 기대’라는 문화가 시작됐고, 이런 기대를 강화하는 법적시스템이 마련됐는데, 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런 환경 속에 있다. 

이런 역사에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는데, 아빠들이 체질적으로 집안일과 안 맞는 것이 아니며, 지금의 상황은 ‘한 사람의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설계된 견고한 문화적⦁법적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이다.

 

○ 아빠육아휴가의 효과 크지만, 휴가 갖는 미국 남성은 극히 드물어

CNN은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유급육아휴가를 꼽았다.

연구에 의하면 아빠육아휴가는 아빠가 아이들과 관계 맺는 데 지속적인 효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빠육아휴가를 가진 남성들은 아이들과 오랜 기간 동안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경향이 있고,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 경향이 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빠육아휴가는 보다 낮은 이혼율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레딧(Reddit)의 공동설립자이면서,‘Dove Men+Care and PL+US’와 함께 ‘유급가족휴가를 위한 투쟁(the Fight for Paid Family Leave)’을 하고 있는 알렉시스 오하니안(Alexis Ohanian)은 “아빠양육휴가로 인해 아빠가 되는 법을 알게 됐다”면서 이것이 자신의 아내와 딸의 행복에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오하니안씨의 아내이자 미국의 테니스 선수인 세레나 윌리암스는 분만합병증으로 산후 6주동안 장기요양을 해야 했다.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일할 때의 자신이 가정에서의 생활과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가정생활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아빠양육휴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이나 직장관련 정책의 변화로 인해 문화적 변화 또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아내의 출산 후 며칠간의 휴가를 갖는 미국 남성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에는 국가적인 유급휴가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육아를 위해 휴가를 내는 남성들에게 오명이 붙는 것도 한가지 이유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재임 당시,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선진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