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범죄, 리얼돌 논란, 채용성차별 등 공론화 이끌어내

--(1)편에 이어 계속됩니다.

인권·성평등 분야에서 지난 2년간 동의수가 많고, 공론화되었던 성평등 청원을 6건으로 압축했고,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의 불법촬영 사건 ▪이수역 폭행사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의 회사 후배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여성에 대한 청원을 (1)편에서 다뤘다.

<4>조재범 코치를 강력처벌 해주세요
  ▷청원기간 2018/12/18~2019/1/17 참여인원 : [ 269,110명 ]

<청원내용>
그는 국가대표 심석희 외 다수의 여자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적어도 14년간 폭행해온 쓰레기입니다. 그런데 1심에서 10개월형 받고 그것도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합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성폭력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시켰다고 봐야 합니다. 또 머리를 지속적으로 때려 뇌진탕까지 얻게 만들었다면 살인미수 아닌가요?
그런데 1심에서 달랑 10개월형이라니요? 가게에서 물건 훔치다 걸리면 받는 게 10개월형입니다. 재판부가 짜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형벌입니다.(중략)
더 가관은 동료 코치들입니다. 동료 지도자들의 선처탄원으로 1심에서 저리도 자비로운 형이 나왔다는군요. 이쯤 되면 모두 공범으로 봐야 합니다. 이들은 또 얼마나 가세해서 때렸을까요. 코치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수 없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중략)
조재범에게 법이 정의를 보여주고, 그의 여죄를 조사해주고, 빙상연맹 전체 비리조사를 해주십사 간곡히 탄원하는 바입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폭행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그루밍 성폭행’의 전형으로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만연한 체육계의 적폐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2018년 평창 올림픽 개막 2달 전까지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도와 감독을 명분으로 교우관계를 통제하고 경기력 향상을 명분 삼아 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있는 행동은 체육계 미투를 이끌어냈고, 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 대상자에 체육단체의 장과 종사자를 포함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초 나온 ‘체육계 미투’ 고발이 법 개정으로 이어진 첫 성과다.

이 개정안은 체육단체장과 종사자에게 성범죄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신고 의무자들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엔 해당 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1.5배)까지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어릴 때부터 합숙 훈련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체육 선수들의 환경을 고려해 성범죄를 방지하고 발생해도 이를 은폐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5>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
  ▷청원기간 2019/7/8~2019/8/7 참여인원 : [ 263,792명 ]

<청원내용>
대법원이 (중략)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며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리얼돌은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와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입니다.(중략)
또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리얼돌을 사용해서 욕구를 풀면 성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히려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얼돌 사용으로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할 것입니다. 실제로 자극적인 성인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보이지 않는다고요?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중략)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제발 리얼돌 수입, 판매를 금지 시켜 주세요.

지난 6월 대법원은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및 왜곡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한 대법원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검색창에 ‘리얼돌’을 입력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포함하고 있다’는 안내 문장이 뜬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본떠 만든 엄연한 성인용품으로 ‘섹스돌’이라고도 불린다.

일각에서는 여성 신체를 성적 기능으로만 ‘최적화’시켰기 때문에 여성의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성 소외계층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인권 위에 남성의 성욕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인권문제를 야기시킨다.

게다가 판매가가 수백만원대인 리얼돌을 이들 성 소외계층이 얼마나 구입할 수 있을지, 결국은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욕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추측도 억지 주장은 아니다.

리얼돌 수입・판매 금지 청원에 대해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는 “청소년이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속할 계획, 아동형상 리얼돌 규제 법률제정 추진, 그리고 특정 인물 형상 맞춤형 주문제작 리얼돌에 대한 정책 개발과 제도개선 방향 모색”이라고 답변했다. 


<6>대한민국의 채용성차별을 규탄하고, 여⦁남 동일고용 동일임금 및 여성의무할당제을 요구합니다.
  ▷청원기간 2019/10/24~2019/11/23 참여인원 : [ 현재 187,688명 ]

<청원내용>
(전략)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을 공공연하게 차별하고 배제하며, OECD 가입국 성별 임금격차 부동의 1위의 불명예를 자랑하고 있는 초대형 젠더갭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여성노동자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성립하지 못합니다. 또한 여남고용평등법 또한 유명무실합니다.(중략)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2.9%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성은 이미 국가 경제의 한 축이며, 이들의 역할과 역량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없다면 차별로 누적된 분노는 폭발하고 말 것입니다. 지구상 유일의 출생률 0점대 국가라는 냉정한 현실이 이미 우리앞에 놓여있습니다. 대통령님, 이것은 청원이 아닙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 입니다. 총성 한 번 울리지 않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국가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야 할지는 자명합니다.
(후략)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발표했던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해 여성 고용 확대 ▪여성 고용 우수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부처 별 여성정책 총괄·조정 기능 강화 ▪공교육에 인권과 성평등 포함 등의 정책을 임기 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2017년 가스안전공사와 대한석탄공사, 2018년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금융, IBK투자증권, 킨텍스 등은 채용성비를 사전에 정해놓거나 채용과정 중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도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깎거나 탈락시켰고, 남녀고용 평등법을 위반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렇게 사회에 만연한 채용 성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블라인드 채용제’도입이 시급하다.
실제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18년에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해 24명의 여성이 합격했으며 합격률은 34%였는데, 2013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 합격률 16%의 2.1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월 22일 ‘자유한국당 해산’, 이어서 4월 29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또한 9월에는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청원과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용을 반대합니다.”청원이 나란히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정치성향, 가치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고, 동의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나아가 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인권・성평등 분야는 3만 9천여 개의 청원에서 총 1,662만 8,436명의 추천을 받았고, 추천 수 상위 100개 중 24건이 인권・성평등 분야의 청원이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