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결혼문화-브라질

시리즈를 시작하며

이 시리즈에서는 전세계 다양한 결혼문화를 살펴보고, 문화적 전통에 담긴 가치관과 시대정신을 통해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출처 : flikr
출처 : flikr

● 학교 수업이 아닌 결혼 수업

결혼에도 시험이 있다면 어떨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시험 문제를 푸는 신랑, 신부를 상상이나 해봤을지 모를 일이다. 만약 결혼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결혼하기 위한 요건은 과연 무엇일까.

이건 결코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삼바의 나라로 잘 알려진 브라질의 실제 상황이다. 어느 곳보다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사랑하고 결혼할 것 같은 인식과는 달리 브라질은 엄격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결혼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에서 결혼을 하려는 남녀는 먼저 전문기관에서 약 열흘 간 합숙하며 결혼에 관련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과정을 모두 마쳐야 시험을 치를 수 있고, 그 시험에 합격해야 정식으로 결혼 자격 증명서가 지급돼 결혼할 수 있다. 

시험도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떨어지는 사람들도 간혹 있으며, 물론 떨어질 경우에도 결혼할 수 있지만, 유상 상속 및 법리를 다투는 상황에서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풍습 때문에 브라질은 세계에서 이혼율이 낮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청퉁 리르 왕(Cheng-Tong Lir Wang)과 에반 초퍼(Evan Schofer)의 1970년부터 2008년까지 전세계 이혼율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자 1,000명당 법적으로 등록된 이혼 건수를 분석했을 때, 한국은 2.99명인데 반해 브라질은 1.27명을 기록했다.

● 결혼이라는 제도의 무게

브라질의 결혼시험 풍습은 과거 브라질의 원주민들의 부족문화에서 비롯됐다. 

부족사회의 특성상 동족 간 결혼과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기 위해 근친과 조혼이 성행했던 브라질. 그래서 타 부족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한편 전통과 달라진 부분도 있다. 

혼례식과 피로연 등 축의금을 신부 측에서 마련하는 것이 전통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브라질에서는 신랑신부가 서로 상의해서 비용을 분담하는 일이 보통이다. 결혼 시험을 통해 결혼을 신중하게 인식하게 하는 문화적 전통은 유지하되, 젊은 세대의 합리적인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은 단지 남녀가 일정한 법적인 과정을 거쳐 함께 사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 부여하는 사회적 책임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 배우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결혼의 무게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브라질의 결혼 전통은 OECD 국가 중 9위, 아시아 회원국 중 1위의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의 의미와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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