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양성평등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

 

○ 우리 사회에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양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진출은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세계 수준에서는 까마득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여성 차별 해소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남성들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 유리천장 등의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문제는 차별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의 저출산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은 1년 전보다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증가로 여성 취업자는 물론 경단녀의 재취업도 늘어났다는 분석이지만, 자녀가 어릴수록 경력단절의 비율이 높았고, 경력단절 사유로 육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통계 결과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여성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여성 인식의 방향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여성이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해서 저출산이 된 것이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 저출산의 해법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를 통해 영유아를 둔 2533가구(영유아 3775명)와 어린이집 340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도 보육실태조사’는 돌봄이 가장 많이 필요한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 부모의 양육 분담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하루 3시간 36분인 데 비해 엄마는 하루 8시간 24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아빠의 2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얘기다.

 

○ 일하는 여성 많은 북유럽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유리천장’은 직장 내 여성 차별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한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스웨덴이 80점을 넘기며 1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은 25점으로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이 두 가지 자료는 한국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달 28일에 열린 <2019 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OECD 공동 국제 인구 컨퍼런스>에서도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한국의 저출산을 가져온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여성이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실제로 맞벌이 비율도 높아지는데, 이런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은 여전히 일과 가정 모두를 책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유럽 국가도 출산률이 낮아졌다가 다시 반등한 나라들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질수록 다시 출산률이 좋아지는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유럽의 출산강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가 그렇다.

즉,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의 2018년 합계출산율이 각각 1.90명, 1.78명, 1.75명으로 출산율이 높고, 여성의 사회활동참여율 또한 83.1%, 79.8%, 71.5%로 높다. 참고로 한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41.8%이었다.

이들 3개국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 공조 시스템이 확립돼 임신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 법적 효력이 강력한 출산휴가제도, 사회적 돌봄체계 구축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돌봄 공공성에서 국가의 제한적 역할이 저출산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초저출산 위기 시대에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 돌봄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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