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도 ‘합법적 동반자관계’

선택할 수 있어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 출처 : 올랑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 출처 : 올랑드 전 대통령 페이스북

○ 결혼제도 약화시킨다 vs 가족생활 보호하는 대안

프랑스의 올랑드 전 대통령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네 자녀를 낳았다. 

프랑스는 1999년 동거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결과 1994년에는 37.2%에 그쳤던 비혼 출산율이 2015년 56.7%로 높아졌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진선미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려 했다가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면서 기독교와 일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해 결국 법안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이성간 동거커플은 결혼하지 않고도 ‘합법적 동반자관계(civil partnership)’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성간 합법적 동반자관계가 결혼제도의 기반을 약화시키리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유력한 보수당 의원들도 이 제도가 가족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서부 런던에 사는 찰스 케이단(Charles Keidan)과 레베카 스타인펠트(Rebecca Steinfeld) 커플은 동등한 권리에 기반한 이성커플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들은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결혼제도보다는 보다 평등한 약속(commitment)에 기반한 관계를 원했다. 

그러나 2004년에 시행된 ‘합법적 동반자관계법(Civil Partnership Act)’은 동성커플에게만 자신들의 관계를 등록하고, 결혼과 동일한 권리를 누리도록 허용하고 있다. 

2014년 10월, 스타인펠트와 케이단 커플은 이성간 합법적 동반자관계 금지여부를 시험하기 위해 등기소에 가서 그들의 관계를 등록하려 했다. 하지만 등기소는 이들이 동성 커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이들은 몇 번의 재판을 통해 결국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그러는 사이에 스타인펠트와 케이단 커플은 4살과 2살된 두 딸을 낳았고, 이제 자신들의 합법적 동반자관계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이 커플은 (출처를) 알지 못할 의식과 과도한 지출, 그리고 가부장적 지배가 누적된 결과인 결혼보다는 보다 간편한 합법적 동반자 관계를 반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이 제도 도입한 나라에서는 호응도 높아

자선단체인 <모성행동(Maternity Action)>의 정책담당관이기도 한 스타인펠트씨는 “우리들처럼 합법적 지위와 재정적 보호를 받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은 적당한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커플들이 많다. 이 제도는 동반자들 간의 평등과 가사일의 동등한 분배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자선활동 관련 잡지의 편집을 맡고 있는 케이단씨는 “팡파레 없이 간단하게 살 수 있다. 의미있는 순간이 물질적 풍요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올해의 마지막 날에 친구들 몇 명과 축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평등사무국(Government Equalities Office)은 합법적 동반자관계 제도가 시행되는 첫해에만 많게는 8만 4000쌍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이며, 평균적으로는 첫해에 2만 7000쌍이 등록하고, 2029년까지 매년 2만 9000쌍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합법적 동반자관계 제도를 결혼제도의 대안으로 도입한 나라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1998년에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네덜란드의 경우, 이성간 합법적 동반자 관계가 작년 한해의 모든 합법적 동거(unions)의 23%를 차지한다. 

가족 및 어린이부 장관이었던 보수당의 팀 루프턴(Tim Loughton)씨와 <결혼재단(Marriage Foundation)> 도 이성간 합법적 동반자관계제도를 지지한다. 

이들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330만쌍의 동거인들 중 많은 커플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합법화해 결혼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얻을 것이라고 한다. 

이 제도의 최초 수혜자들은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네덜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뉴질랜드, 맨섬(the Isle of Man))에 등록한 커플들이다. 이 커플들은 자동적으로 등록이 된다. 파트너가 말기질환을 앓고 있는 커플은 급행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이 제도의 또 다른 수혜자는 마틴 로트(Martin Loat, 58세)와 클레어 빌(Claire Beale, 53세) 커플이다. 

마티 로트는 <평등한 합법적 동반자 관계(Equal Civil Partnership)> 캠페인을 맡고 있으면서 공공관계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클레어 빌은 잡지 편집장이다. 이들은 2016년 맨섬에 가서 합법적 동반자관계를 등록했다. 

로트씨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긴 싸움이었다. 친구들은 맨섬에 가는 우리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 우리가 옳았다고 느낀다. 우리가 새로운 제도의 시작에 있다”면서 “클레어는 ‘아내’가 된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았다. 21세기에는 (결혼에 관한) 서약 없이도 (동거인들의) 관계가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고, 자신만의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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