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법 개정으로 연금수령 늦어진 여성 유권자들의 계산법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재정지원 못한다는 보수당, 지원 약속한 노동당,

계획만 있는 자유민주당

12·12 총선을 앞두고 영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총선은 오랫동안 미해결 상태로 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도 있지만, 영국 국민들도 개개인의 관심사와 이해득실을 따져 표심을 정하느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50년대생 여성 유권자 400만명이 과연 어느 쪽을 지지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여성의 연금수령 연령을 2010년부터 종전 60세에서 65세로 순차적으로 올리는 <1995연금법>을 지난 1995년에 제정했는데, 정부는 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2010년에 <2011연금법>을 제정했다.

2018년에 65세가 되는 여성들부터 이 법이 적용됐고, 2020년에는 남녀 모두 66세부터 연금수령을 받게 됐다.

새로운 연금법으로 인해 연금수령 연령이 60세에서 66세로 늦춰져서 피해를 입게 된 여성은 약 400만명에 이른다. 

영국 가디언지는 노동당이 이런 피해에 대해 총 580억파운드(한화로 약 90조 8천억원)의 보상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이들 400만명의 1950년대생 여성 유권자들이 투표의 대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 노동당 당수는 (노동당의 계획에 따르면) 해당 여성들은 연령에 따라 최대 31,300파운드(약 4천9백만원)의 보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에 이러한 연금정책의 변화로 인한 충격을 고려하기로 약속한 바 있지만, 지금은 “그런 재정지원을 마술처럼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보상을 약속했지만, 자세한 계획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년대생 여성 유권자들 중에는 지지하는 당을 바꾸거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이들 50년대생 여성 유권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보수당에게 속았다!

 

● 제니 휴즈(Jenny Hughes)
“보수당을 지지해왔지만, 앞으로는 안 그럴 것이다. 나는 평생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빚을 지지 않으려면 정원손질이라도 해야 한다. 보수당은 1950년대생 여성들을 사회적 부담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사회를 위해 희생했는데...보수당은 우리의 희생을 무시했다. 우리는 속았다. 보수당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지한 것에 죄의식을 느낀다.”

 

● 질 웨어링(Gill Wareing)
오랫동안 보수당에 투표했는데, 이번 일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연금 문제로 그녀는 집을 팔고 이동식 주택에 살고 있다.
“총리가 되기 전에 보리스 존슨은 본인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에게 줄 돈이 없다고 한다.” 

 

● 트리쉬 빈센트(Trish Vincent)
“평생 동안 해온 보수당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겠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겠다고 얘기했는데, 다시 우리를 실망시킨다. 나는 코빈 노동당 당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바뀌게 마련이다. 내가 노동당을 신뢰하면, 내가 받을 45,000파운드 중 31,000 파운드를 보상받을 수 있다. 나는 평생을 이 나라와 유럽, 내 자식들과 건강보험을 위해 살았다. 이제 나도 이기적으로 나 자신을 위해 살려고 한다.”

 

● 캐롤 램(Carol Lamb)
그녀는 향후 6년 동안 연금 없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나는 항상 보수당에 투표했다. 그런데 그들이 나와 같은 수백만명의 여성들을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에 충격받았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우리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반대로 노동당은 이런 불공정성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보상해주겠다는 계획을 보여주었다.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노동당에 투표할 것이다.”

 

● 데니스 딕슨(Denise Dickson)
“나는 평생 확고하고 변함없는 보수당 지지자였지만, 보수당이 보여준 경멸과 압도적인 거만함에 정말 놀랐다. 나는 고통스럽고 창피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부패한 보수당이 우리를 버리고, 우리의 고생을 무시한다면, 나는 노동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이 나의 복지와 미래를 자신들 계획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평생 노동당 지지자였지만...

한편, 평생 노동당 지지자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당을 찍겠다는 여성들도 있다. 

 

● 데이븐포트(Davenport)
노동당원인 이 여성은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보수당에 투표하겠다고 한다. 
“노동당은 돈을 빌려서 우리에게 보상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자식들이 갚아야 된다. 우리세대는 이미 지구를 파괴시켰고, 다음 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남겨두게 된다. 이 보상을 가장 필요로 하는 여성들은 집세를 낼 수 없고 푸드뱅크(food banks)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사람들이다. 그들이 받는 보상은 결국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을 줄여서 조달되는 것이다.” 

노동당의 제안과 존슨 총리의 변심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에 투표하겠다는 50년대생 여성들도 있다. 

 

● 주디트 힐튼(Judith Hilton)
노동당의 제안대로라면 23,200파운드를 보상받게 되지만,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우리 세대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보상은 재판을 통해서 받아야지 노동당이 노골적인 투표매수(vote-buying)를 해서, 그것도 정부가 빌려서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장기적으로 극단적 사회주의 정책들은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해서 결국 더 나빠진다고 믿는다.” 

평생 보수당 지지자였던 마가렛 쿠퍼(Margaret Coope)씨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 마가렛 쿠퍼(Margaret Cooper)
“노동당의 제안이 흥미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경제정책을 믿지 않는다. 나는 보수당이 적어도 5년 동안은 보상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금보상을 원하지만, 보수당에 투표할 것이다.” 

 

보수당도, 노동당도 못 믿겠다!

그동안의 경험에 환멸을 느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50년대생 여성들도 있다. 

 

● 프라임로즈 존스(Primrose Jones) 
“나는 투표하면서 이렇게 갈등을 느낀 적이 없다. 내가 원하는 정당이 없다. (과거에는 보수당에 투표했지만), 보수당이 지금까지 한 짓, 그리고 사회복지를 악화시키는 짓들이 싫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노동당을 믿는 것도 아니다. 노동당이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더 나은 제안을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장기 전망은 무서운 것이다. 나는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당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코빈 말고 다른 노동당 지도자가 나오면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내가 속한 선거구에서는 결국 보수당 대 노동당의 대결일 텐데, 두 악마 중에서 덜 나쁜 놈이 없으니 투표를 하지 말을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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