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2배, 서울 관악구의 3배

합계출산율 전국 1~3위, 그곳에선 무슨 일이?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89명을 기록한 전남 해남군으로 확인됐다. 전남 순창군과 영광군이 1.8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남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9’에 따르면 전남도의 소멸위험지수는 0.44로 지난해(0.47)보다 더 떨어졌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소멸위험지수는 그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수와 관련이 있다. 한 지역의 가임연령대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기 때문이다.

전남도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2.4%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최근 3년 간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사망자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지난 2013년 처음 발생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인구는 계속 줄고 있어 해남군, 순창군, 영광군, 이 세 곳의 높은 합계출산율이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1.8명대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0.98명)의 두 배이고,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 관악구(0.60명)보다는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국 합계출산율 ‘빅3’,  해남군, 순창군, 영광군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산장려팀 운영한 해남군

‘땅끝 마을’ 해남은 끝을 향해 내려가는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229개 전국 시・군・구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남군은 지난 11월 9일 ‘유모차 축제’를 열었다. 임산부, 유모차에 탄 아기들과 부모 등 지역 주민 1000여명이 시가행진을 벌였다. 지역내 출산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이 행사는 올해로 5년째다.

해남군은 2012년에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금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다. 또한 2008년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산장려팀이 생겼고, 전남 최초로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원하기도 했다.

난임치료비의 경우 정부는 건강보험 외에 중위소득 기준 180% 이하 난임부부에게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데, 해남군은 소득 상관없이 모든 난임부부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해남군에 주민등록을 둔 임신부들은 등록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해남군의 임신부 등록관리사업은 군 보건소 상담 요원이 산모를 임신에서 출산까지 주기적으로 관리하며, 12종의 무료 산전검사는 물론 임신 주기에 맞춰 초음파・기형아 검진, 엽산제와 영양제 지원, 건강교실을 운영한다. 출산 후에는 ‘출산맘 행복상자’지원, 유축기 무료대여 등이 제공된다.

이렇게 해남군의 출산지원사업은 30여개에 달하며, 그 결과 2011년 1.524명까지 떨어진 출산율은 2012년 2.47명으로 반등했고, 이후 2017년까지 2명대를 유지했다.

해남군은 출산 지원 뿐 아니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는 인구정책과에 일자리 창출팀을 구성해 젊은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시행해온 순창군

2018년 합계출산율 1.82명으로 전국 2위를 차지한 순창군은 행정안전부의 ‘2019년 지방자치단체 생산성지수 측정’에서 전북도내 군단위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생산성 평가는 취업자 증가율, 문화시설 이용 수준, 지역안전지수, 출산율 증가율 등 20개 지표를 통해 생산성 지수를 측정하는데,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쏟은 지자체의 노력과 역량의 척도가 된다.

그만큼 순창군은 지속적인 기반시설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인데, ‘아이 키우기 좋은 순창 만들기’도 그 중 하나다.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공립어린이집 개원, 다함께 돌봄센터 운영 등으로 돌봄시스템을 확고히 하고, 장난감도서관 개원, 그리고 청소년문화의집 및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건립 등을 통해 교육 여건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원대상자 기준 완화로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해 육아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출산지원금에서도 순창군은 남다르다. 

자녀를 둘도 안낳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셋째아부터 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데 비해 순창군은 첫째아 300만원, 둘째아 460만원을 지원해 많은 가정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순창군은 올해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 175명에게 각 200만원씩 총 3억 5천만원의 대학 진학 축하금을 지급했다. 대학 진학 축하금 지원사업은 전국 최초 시행이다.  

올해 2월 15기 수료식을 한 ‘옥천인재숙’은 순창군이 운영하는 기숙형 교육기관으로 지금까지 616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대도시 전문강사를 초빙하는 등 학습지원을 통해 도・농간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지역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한 결과 2018년 기준으로 인구가 3만명도 안되는 순창군은 인구 50만명의 서울 관악구의 3배나 높은 합계출산율의 성과를 냈다.

청년정책이 돋보이는 영광군

전남 영광군은 전북 순창군과 함께 2018년 합계출산율 1.82명을 기록해 전국 2위에 올랐다.
또한 영광군은 전남도의 ‘2019년 저출산 극복 종합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영광군은 ‘돌봄플러스 육아통합지원센터 조성 및 결혼 출산지원 등에 관한 지원조례’를 제정해 시행했다. 저출산 극복 전담조직 신설, 분만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연계, 신생아 탄생 기념 나무 심기 사업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말 기준 영광군의 출생아 수는 476명으로 전남 군 단위 지자체 중 1위였다.

영광군은 2019년 인구일자리정책실을 신설했고,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인구감소, 청년실업, 주거, 일・가정 양립 등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왔다.

영광군의 파격적인 출산지원금도 주목받는다. 첫째아 500만원, 둘째아 1,200만원, 셋째아 1,500만원 등으로 대폭 상향했다. 또한 결혼장려금도 500만원 지급한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은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고, 연령제한을 폐지했다. 시술 지원 횟수는 17회까지 확대했다.

지역의 청년 인구 유출은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이어진다. 단발성 현금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역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발전정책이 이뤄져서 생활의 안정성이 확보되면 청년들은 지역에 머무르게 된다.

영광군의 청년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역청년 활력사업 추진을 위해 100억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청년 발전기금’은 전국 최초의 사례다. 

청년들이 살고 싶어하고,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영광군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청년창업단지와 육아통합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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