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문제가 배제되면 기후위기 해결시도는 실패하게 돼

출처 : 언스플래쉬
출처 : 언스플래쉬

 

○ 환경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성차별적 폭력이 증가

환경 파괴와 오염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the Conservation of Nature)이 2년에 걸쳐 1000개 이상의 연구기관과 개인을 망라해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보고서의 주저자인 케이트 오우렌(Cate Owren)씨는 “성차별적 폭력이 만연해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경이 악화되고 환경시스템에 대한 부하가 커짐에 따라 자원이 부족해지고 인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는데, 이렇게 환경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성차별적 폭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전세계적인 환경악화로 인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한편, 성차별적 착취는 환경위기에 대처할 우리의 능력을 제한시킨다고 주장했다. 즉, 환경악화를 개선하고 환경파괴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실패하고 있고, 또한 이런 시도가 성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 운동가들은 기후와 환경에 대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영향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악화되는 지역에서 인신매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야생동물 밀렵과 불법적 자원채취 같은 환경범죄와 성차별적 폭력 간에 연관이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성차별적 폭력과 여성 및 소녀에 대한 착취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원경쟁 및 자연환경의 파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들이 제시돼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는 불법어로산업에서 성적학대가 있으며, 남부 및 동부 아프리카 어부들은 성관계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는 생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불법 벌목 및 석탄 거래는 성적 착취와 관련이 있고,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는 불법탄광이 성매매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또한 환경파괴를 막고 자원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성차별적 폭력에도 수많은 예가 있다. 성폭력은 이들을 억압하고, 공동체에서 이들의 기반을 약화시키며 다른 이들이 이런 운동에 나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인식하면서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가뭄, 홍수와 태풍 등이 보다 빈번해지고 파괴적이 됐는데, 이로 인해 자원부족에 대한 압력이 심해진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은 이미 사회적 약자이며, 토지에 대한 권리와 법적권리도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착취에 취약하게 된다. 따라서 기후위기로 환경에 대한 부하가 커지면 여성이 제일 먼저 피해를 입게 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가족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소녀들의 조혼시기가 빨라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1200만명이 넘는 어린 소녀들이 자연재해가 증가한 이후에 조혼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기후관련 재해로 인해 인신매매가 20~30%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자원이 부족해지는 지역에서는 여성과 소녀들이 물을 길어온다든가, 장작을 캐어 온다든가 등의 일을 부담하게 되고, 나아가 폭력에도 노출된다.

 

○ 기후위기를 다루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는 성평등 전제돼야

IUCN의 그레텔 아귈라(Grethel Aguila) 대표는 “환경악화는 먹거리부터 안전까지 우리 생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연관성은 지금까지 무시됐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UN 기후변화 회의’에서 환경운동가들은 각국 정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여성과 어린이들이 지게 되는 부담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여성과 소녀들을 기후 및 발전 정책에 포함시켜 고려하려는 정부들도 있고, 마드리드의 UN회의는 기후협의에 성관련 플랜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환경운동가들과 일부 국가들은 올해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열리는 UN의 중요회의에서 이 문제가 보다 심도있게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의 국제개발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는 기후변화 재원지원에 성관련 문제를 포함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여성 및 소녀들의 3/4이 파트너에 의한 폭력을 경험한 남수단의 여성 및 소녀들에 대한 폭력실태에 대한 조사를 지원했다. 국제개발부 대변인은 “여성과 소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남성보다 더 영향을 받는다. 영국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IUCN의 이번 보고서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있다.

<London School of Economics> 그랜탐 연구소(Grantham Research Institute)의 밥워드(Bob Ward)씨는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여성 및 소녀에 대한 폭력 간의 복잡한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라면서 “탄소제로(zero-carbon) 및 기후탄력적(climate-resilient)인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 결과로부터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평화, 정의, 인권을 위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원로자문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의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의장은 이 보고서가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면 여성의 권리향상과 기후변화 실천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적절한 때에 상기시켜준다”고 하면서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불평등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함께 여성의 참여 없이는 기후변화와 환경악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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