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베이비박스 ’아기우체통‘에 고립출산 사산아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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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출산은 산모와 아기의 생명과 관련해 위험한 행위

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의 소설 <40세, 미혼 출산>은 직장 생활로 결혼 시기를 놓친 주인공이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미혼 임산부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편협한 사고방식을 극복해가는 내용이다. 

소설 속 40세 미혼 임산부는 본인의 신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커리어와 경제력으로 당당하게 출산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의 미혼 임산부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본에서는 의료인의 입회 없이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 혼자 분만하는 것을 ‘고립출산(孤立出産)이라고 한다. 

일본 NHK는 고립출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구마모토(熊本)시의 한 민간병원을 소개했다.

구마모토시에 있는 자혜병원(慈恵病院)은 친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기를 익명으로 맡기는 <황새 요람>이라 불리는 <아기우체통>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1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작년 3월까지 총 144명의 아기를 보호해 왔는데, 병원 측에 따르면 맡겨진 아기의 절반이, 고립출산 아기라고 한다. 

출산은 대량출혈이 발생한다거나 아기가 산도에 걸리는 등 때때로 목숨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립출산은 산모와 아기의 생명과 관련해 위험한 행위이다. <아기우체통>에도 고립출산 끝에 사산된 아기가 놓여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 병원은 고립출산을 방지하기 위해 임신에 관한 익명 전화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상담건수는 매년 6,000건 이상이다.

“전에 사귀던 사람의 아이인데, 가족에게도 상담하지 못해 후회스럽다”, “주위에 들키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등 상담의 대부분은 미혼 임신을 혼자 떠안고 있는 여성들이 신청한다. 

상담사들은 가족에게 알리는 쪽으로 조언을 하거나 관련 행정부서를 소개하는데, 비난 받거나 야단맞을까 두려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임신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고립출산하게 되는 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미혼모 지원정책에 주목

이 병원의 하스다 켄(蓮田健) 부원장은 “상담할 사람이 없다는 여성들을 직접 보면 아기는 물론 엄마도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미혼으로 임신했다고 엄마를 꾸짖거나 내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혜병원은 여성들을 임신 중부터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특히 충분한 지원제도가 있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하스다 부원장은 올해 1월, 서울시에 있는 민간 미혼모지원시설을 방문했다. 

이곳은 미혼 임신한 여성들이 출산하고, 자립생활을 구축할 때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는데, 현재 엄마와 아기를 합해서 총 41명이 생활하고 있다. 

입소수속은 매우 간단하다.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서나 전화로 상담하고 싶은 내용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면 되고, 가족에 알리지 않고 입소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이 시설을 발견해 입소했던 한 18세 여성의 경우, 2년 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임신을 해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이 시설에서 출산한 후 적절한 의료지원도 받고, 아기와 함께 건강한 상태다. 

이 시설에서는 최대 1년 반 동안 지낼 수 있어 그 기간 동안 학업이나 직업훈련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 여성은 물리치료사를 목표로 올해 3월에 대학에 진학했다. 

그녀는 “이 시설에서는 어린 나이에 임신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어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이곳이 없었다면 혼자서 출산했더라도 양육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이런 시설이 전국에 22개소가 있고, 운영비의 최대 80%를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관대한 지원이 미혼 임신과 출산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인식 있어

일본에서는 미혼 임신 여성에 대해 어떤 지원이 있을까.

행정창구에 상담하면 <부인보호시설>이나 <모자생활지원시설> 등 일시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출산 전 검진과 출산, 그리고 산후 경제적 자립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 

하스다 부원장은 미혼 임신 여성들을 자혜병원에서 받아들여 한국처럼 지원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에는 이런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고, 필요한 자금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여성들이 세간의 비난이나 편견적 시선이 두려워 상담조차 받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관대한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미혼 임신과 출산을 조장할지도 모른다”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많은 현실이다. 

자혜병원 하스다 부원장은 “비밀이 지켜지니 괜찮다, 그리고 비난 없이 따뜻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말은 병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그런 여성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신한 여성은 상대 남성이 떠나버려 혼자서 책임을 떠맡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태어난 날에 ’학대사(虐待死)‘한 아기가 2017년까지 15년 간 149명을 넘었는데, 일본 정부도 이를 고립출산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문제시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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