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폭력 피해여성 10명 중 7명은 침묵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수치심, 배척당할까봐 침묵을 택하는 피해 여성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는 2017년 자신의 고향인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등을 돌며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에세이「섹스와 거짓말」을 발표했다.

이 책에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욕망을 포기하고 사는 모로코 여성들의 억압적인 삶이 잘 나타나있다. 그녀가 만난 모로코의 한 여성은 부모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아들이 자신을 강간했지만, 그 남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가 그 남자에게 딸을 시집보냈기 때문이다. 

모로코에서는 실제로 강간범들이 희생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법이 있었다. 모로코 정부가 이 법을 폐지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모로코에서 사이버 폭력 희생자들을 지원하는 타하디 협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루브나(Loubna, 27세)씨는 전 애인이 복수를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사진을 SNS에 퍼뜨렸을 때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를 내쫓았고,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결국 전 애인을 추적하는 것을 포기했다. 

비영리 여성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동원 연합(MRA: Mobilising for Rights Associates)’ 네트워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로코에서는 사이버 폭력 피해자 10명 중 7명이 루브나씨처럼 침묵한다. 수치심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법이 있어도 관습과 종교에 밀려 유명무실

타하디 협회의 대표인 부크라 압두(Bouchra Abdou)씨는 스마트폰과 SNS의 일반화로 인해 등장한 사이버 폭력이 점점 우려스러운 양상이라고 했다. 

2019년 5월에 발표된 공식 통계에 따르면 모로코에서는 54%의 여성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그 중 13.4%는 신기술과 연관된 폭력이라고 한다. 

MRA의 세다 쿠찌(Saïda Kouzzi)씨는 “일부 여성 집단의 경우 그 비율이 훨씬 높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거의 90%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모로코에서는 2018년에 <여성폭력 근절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의 성적 괴롭힘 뿐 아니라, 가상공간(전화, 이메일, SNS상의 메시지, 성적 묘사가 있는 영상의 발송, 개인생활을 침해하는 영상의 배포 등)에서의 성적 괴롭힘도 처벌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은 길게는 징역 3년까지 처벌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 법을 알고 있는 여성은 많지 않다.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인 루브나씨도 이런 법이 있는지 몰랐다. 주위에서 이 법을 이용하라고 권고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전통과 종교적 관습에 의해 죄책감을 느낀다. MRA는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은 ‘주로 피해자를 벌하는 제재를 따를 뿐’이라고 했다. 

루브나씨는 “가족은 나를 지지해주지 않았고, 나는 내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할 만하다고 자책했다”라고 회상했다. 

타하디 협회는 피해자들에게 <여성폭력 근절법>에 명시된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루브나씨도 협회의 자문을 받은 후 자신의 사진을 퍼뜨린 전 애인을 고소했으나 곧 취하했다. 그는 체포됐지만, 그가 다른 사진들을 퍼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사이버 폭력은 현실의 폭력보다 더 심각한 결과 가져와

MRA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이 공권력을 이용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혼자서 추진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모로코 형법 409조에 따르면 결혼 이외의 성관계를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인권 운동가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의 폐지는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가 제출한 사진이나 영상은 그것을 배포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피해자 유죄의 증거가 된다. 

한 26세의 여성은 여러 달 동안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재정적, 성적 협박을 참아왔다. 

그녀가 만났던 남성은 그녀 모르게 촬영한 그녀의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남성은 그녀가 동의했다고 재판장을 설득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방탕’하다는 죄목으로 징역형을 받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타히디 협회는 그녀에게 협박의 명목으로 다시 그 남성을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는 동안, 가족은 그녀를 내쫓았고, 그녀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으며,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 

이처럼 모로코의 40여개의 도시에서 사이버 폭력의 결과는 ‘현실에서의 폭력’보다 매우 심각해서 피해자들은 자살이나 우울증, 또는 가족으로부터 배척을 당한다고 MRA는 보고하고 있다. 

루브나씨는 타히디 협회의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받은 후 그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타하디 협회의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침묵하지 말라”고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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