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이야기

고리 1개인 반지와 달리 1쌍으로 착용

출처-원주시립박물관
출처-원주시립박물관

대부분의 여성들은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중 예나 지금이나 모든 장신구 중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반지다. 반지는 손을 치장하기 위한 장신구로의 의미도 있지만,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고 상징하기 위한 서로의 신뢰와 사랑의 징표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장신구이기도 하다.

그 중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가락지가 있다. 유물로 남아있는 조선시대 반지들은 전 시대와는 다르게 언제나 짝수인 한 쌍으로 착용을 했다. 헤어짐과 이별 속에서 두 연인이 재회를 약속하고, 후일을 다짐하며 나눠가진 징표로 사용했으리라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가락지는 손가락에 끼는 고리로 안쪽은 판판하고 겉은 통통하게 만든 형태이다. 고리가 한 쌍이면 가락지, 하나인 것을 반지라고 한다. 주로 혼인예물로 사용됐으며, 중국의 문헌에 의하면 그 역사가 4천년에 이른다.

출처-국립현대미술관
출처-국립현대미술관

반지와 가락지는 한복의 앞섶을 장식하는 노리개와 함께 조선시대에 가장 일반적인 여인의 장신구였다고 할 수 있다. 반지는 미혼, 기혼을 가리지 않고 일반 여인들 간에 사용됐지만, 가락지는 금, , 비취 등으로 만들어 기혼 부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반지와 가락지를 통칭해 지환(指環)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가락지를 종류에 따라 계절에 맞춰 끼기도 했는데, 재료는 금, , 구리 또는 옥, 비취(翡翠), 호박(琥珀), 마노(瑪瑙), 밀화(蜜花), 산호(珊瑚) 등 다양했다.

가락지의 표면을 무늬 없이 제작하기도 하고, 행운을 상징하는 박쥐문, 꽃문양인 화문(花紋), 문자문 등 문양을 음각(陰刻)하거나 세공하기도 하고 색으로 장식해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가락지에 새긴 문양에는 가족의 안위(安慰)와 건강, 화목, 다산(多産), 영복(永福) 등을 기리는 뜻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慶嬪金氏)가 쓴 조선시대 비빈들의 사계절 복식에 관한 지침서인 사절복색자장요람(四節服色自藏要覽)’에는 가락지는 10월부터 정월까지 금지환을 끼고, 2월과 4월은 은칠보지환을 낀다. 5월 단오 견사당의(絹紗唐衣)를 입을 때에는 옥지환이나 마노지환을 낀다. 8월 한더위에 광사당의(光紗唐衣)를 입을 때에 칠보지환을 끼어 9월 공단당의(貢緞唐衣)를 입을 때까지 계속한다. 규칙이 이러하니 여름에는 금을 못 끼고, 겨울에는 옥을 못 끼나 춘추에는 옷에 따라 마음대로 낀다.는 대목이 있다.

이를 통해 겨울에는 금지환, 여름에는 옥지환, ·가을에는 칠보로 만든 파란 지환 등을 주로 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말엽 순종이 세자 가례 때 빈궁(嬪宮)에게 내린 가락지 목록은 이렇다.

재간택(再揀擇) 후 순금산호지환, 산호지환 각 1, 삼간택 후 진주장도금조이지환(眞珠粧鍍金―指環), 산호지환, 밀화지환(蜜花指環), 순금지환 각 1, 가례 때에 진주장산호지환, 진주장금패지환(眞珠粧錦貝指環), 진주장자마노지환, 비취옥지환, 밀화지환, 옥지환, 공작석지환(孔雀石指環) 1쌍 등 총 13쌍이었다고 한다.

 
비취가락지(출처-예작)
비취가락지(출처-예작)

가락지는 장식물이기보다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신물(信物)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남녀의 사랑과 신뢰에 대한 믿음과 절개의 불변함을 약속하는 징표로 쓰이게 됐다.

조선시대는 유교를 지도이념으로 삼고, 그 사상이 생활 윤리 전반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따라서 혼례를 인간대사의 하나로 삼는 가운데 가락지를 한 쌍으로 착용하는 것은 이성지합(二姓之合)과 부부일신(夫婦一身)을 상징하는 표시로 혼인을 한 여성만 가락지를 착용했고, 혼인을 하지 않은 여성은 한 짝으로 된 반지를 착용했다.

우리의 민족 장신구인 전통 가락지는 여러 가지 의미가 깃든 뛰어난 유형 문화재이다. 우수한 우리의 것을 계승하면서 결혼의 사랑과 신뢰를 상징하는, 그리고 이 시대에 맞는 현대적 감각이 뒤지지 않는 디자인과 기술이 함께 하는 결혼예물로의 발전을 기대한다.

 

*필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현재 조형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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