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일반인 60% 이상이 임산부 배려인식 교육 필요"

임신 10주차에 들어선 초기 임신부 김모씨(35)는 얼마 전 병원 진료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버스 좌석이 꽉 차서 몇 명이 서 있었는데, 김씨 앞 좌석에 앉아있던 70대 여성이 그녀를 돌아보며 앞에 서있는 할머니 안보이냐? 젊은 사람이 양보도 안하고 앉아 있느냐?”고 한 것이다. 김씨가 임산부라고 얘기했더니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배가 안 불렀으니 어떻게 알겠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김씨는 결국 임신한 티가 안나는 내 탓이라는 말에 너무 화가 났다. 저출산이니, 임산부 배려니 하지만, 그것은 정부나 관계부처의 서류에나 존재할 뿐, 보통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임산부한테 뭔가를 양보한다는 것이 불편할 뿐...”이라고 씁쓸히 말했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우리나라 임산부의 절반 이상은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임산부의 날’(1010)을 맞아 임신부 및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임산부의 54.1%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배가 나오지 않아 임신부인지 티가 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54.3%로 가장 많았다.

반면 주변으로부터 배려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임산부는 45.9%였다. 임산부가 받은 배려는 가정 내 가사 분담이 59.9%, 대중교통에서 좌석 양보가 46.5%,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 조정이 35.8%였다.

임산부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임산부 64.6%와 일반인 61.9%임산부 배려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의 임산부 배려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지난 2013년 서울시의 여성정책 일환으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임산부들은 주위 시선 때문에 아예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용기를 내 자리를 양보 받으려고 해도 유난 떤다며 눈총을 받거나 배 좀 만져 보자며 성희롱까지 받았던 경우도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4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중교통 임산부석 이용에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라고 답변한 비율이 약 89%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은 임산부 배려석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해 10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진행한 온라인 임산부배려 인식 및 실천수준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임산부 500명 중 25.8%는 임산부 배려석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임산부들은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임산부 배려석에 이미 일반인이 앉아 있거나 자리가 비어있지 않아서’, ‘양보를 받지 못해서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임산부 배려석을 일반 좌석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산부들 스스로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출산장려의 시작이다. 전문가들 역시도 어떤 정책 못지않게 임산부 배려문화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812임신 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토론회에서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배려는 실천이 동반되어야 배려라며 지속적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와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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