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올해 79세시다. 작년에 12년의 오랜 투병 끝에 아버지를 떠나보내시고, 그 한달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아버지 뒤를 따라 가실 뻔 하셨다.
가족의 보살핌 속에 1년간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신 끝에 최근 30%만 남았던 심장 기능이 100% 회복을 했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으셨다. 담당 의사는 “이건 기적이라는 말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며 자기 가족의 일처럼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내일 모레 80인 노인에게 심장의 70%가 괴사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가 가능을 100%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기적이 맞다. 하지만 그 기적을 위해 노력한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따뜻한 햇살을 함께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퇴근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이나 군고구마를 사서 식을까봐 품에 넣고 오시곤 했다. 호빵이나 군고구마보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아버지의 품속이 더 생각난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다. 코로나19로 올해 겨울나기는 더욱 팍팍하고 힘들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족 간 화합이 중요하다. 가족의 하나 된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다. 가족들에게 따뜻한 호빵, 군고구마를 주려고 품에 안고 달려온 아버지의 그 따뜻한 품 같은 온기, 그 마음 말이다.
서범준 작가는 여행 사진작가 겸 크리에이터, ㈜선우 여행팀 팀장으로 있다. 20여 년을 여행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사람, 자연, 도심의 빌딩숲, 미로 같은 골목길, 간판 덜그럭거리는 노포..혼자 눈에 담고, 마음에 두기 아까운 것들을 공유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