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자녀출산의 한 요소로 고려하는 사람들 늘고 있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시위(출처-더 가디언)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시위(출처-더 가디언)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조산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거나 임산부들은 임신중독증, 고혈압, 그 외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는 건강의 측면에서 출산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자손들이 기후 대재앙과 힘겹게 맞서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자녀출산의 한 요소로 고려하는 27~45세의 사람들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은 모두 고등교육을 받고 자유사상을 지닌 미국에 사는 백인들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는 기후변화 상황에서 자녀들의 잠재적 미래의 복지에 대해 매우, 또는 극도로 우려하고 있었다. 27세의 한 여성은 대재앙 같은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남으라며 아이를 낳는 것은 양심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젊은 응답자들이 나이 든 응답자들보다 자녀들이 겪을 기후충격을 더 우려하고 있고, 자녀를 낳기보다 입양이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응답자들의 이런 생각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매우 비관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한 응답자는 “(지구온난화는) 그 공포가 제1차 세계대전과 맞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응답자 중에는 자녀를 낳은 것을 후회하는 부모들도 6% 있었다. 자녀를 갖는 것은 그 자녀들이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탄소를 일생동안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사대상 중 이런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비율은 60% 정도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싱가포르의 예일-싱가폴국립대(Yale-NUS College)의 매튜 슈나이더-마이어슨 교수는자녀들의 미래 생활에 대한 그들의 우려는 매우 깊고 감정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가슴으로 느끼는 심정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40세의 한 여성은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아이들이 세상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 겁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했다.

슈나이더-마이어슨 교수는 나도 놀랐다. 부모들이 이렇게 말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많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이와 같은 인식을 다룬 첫 번째 학문적 연구이다. 조사는 응답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익명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자녀들의 생활과 연관된 기후관련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매우 비관적인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 400명의 응답자 중 92.3%가 부정적이었고, 0.6%가 긍정적, 5.6%가 중립적 또는 긍정-부정 혼합이었다.

42세의 한 아빠는 “2050년의 세계는 제한된 자원을 위해 전쟁을 하고, 문명은 파괴되며, 농업도 망가지고, 해수면은 상승하며, 빙하는 녹고, 기아, 가뭄과 홍수, 산사태, 광범위한 파괴가 존재하는 뜨거운 지옥일 것이라고 답했다.

슈나이더-마이어슨 교수는 이런 비관적인 시각은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모두 가능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의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출산을 관련짓는 앞선 조사들도 있었다. 2020년의 한 조사에서는 18~44세의 자녀가 없는 미국 시민들 중 14%가 기후변화를 자녀를 갖지 않는 주요 이유라고 답했다.

2019년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기후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출산파업(birth strike)”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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