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

(사진-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캡쳐)

이달  초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게시물 중 임신 말기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부분에 남편 및 가족 밑반찬 챙겨두기, 남편 속옷 챙기기등이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 출산을 앞둔 산모 자신보다는 남편을 우선 챙기라는 것으로 읽혀 논란이 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사례에 담긴 사회적 인식에 주목하면서 많은 한국여성들이 자녀를 갖지 않기로 선택하는 이유를 조명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의 기저에는 전통적 성역할이 있다는 논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가 게재한 가이드라인이 온라인상에서 격분을 유발했다. 이 정보들은 임신한 여성들은 임신 전 입었던 옷을 보면서 자신들의 몸무게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분만예정일이 다가오면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있는 동안 남편들이 혼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음식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야 한다, 출산 후 아기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머리띠를 해서 출산 후의 부시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등이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이 정보들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런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강조가 한국 여성들이 결혼과 가정생활을 피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지난 해 한국은 출생 275,815, 사망 307,764명으로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또 지난달의 자료를 보면 2015년에 결혼한 216,008 쌍의 커플 중 아직 아이가 없는 커플이 18%로 나타났다. 참고로 2012년 결혼한 커플의 경우 이 비율은 13%였다.

한국 정부는 임산부에 대해 1백만원의 지원금과 6백만원의 육아휴가 지원금 등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출산율 제고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0.92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서울대의 김성곤 명예교수는 <코리아 헤럴드>의 기고문에서 요즘 많은 한국 여성들이 직장에 다니는데, 일과 가사를 양립시키기 어려워 아이 갖기를 꺼린다고 하면서 또한 한국의 직장에서 임산부들은 심각한 불이익에 직면한다. 믿을 수 없는 보육시설이 많고, 믿을만한 곳은 들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조미연(여성, 32)씨는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일과 가족을 양립시킬 계획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유럽에서 국제무역을 공부한 조씨는 면접 때 받은 질문들이 충격적이었다면서 몇몇 중견기업 면접에서 결혼계획이 있는냐는 질문을 받았다. 어떤 기업은 유급 육아휴가를 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결혼하면 곤란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편이 육아와 가사를 전부 나에게 맡기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서 아이를 가질지 잘 모르겠다. 한국 남성들이 변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옛날식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어쩌나?”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유나라(여성, 37)씨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용 등 가정을 시작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재정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 너무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치재이다. 그냥 조카들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재정적 문제 외에도 자신의 엄마가 가정에서 했던 역할을 결혼 후 자신이 맡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일년에도 몇 번씩 친척들이 방문하면 엄마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봐왔다. 친척과 아빠는 앉아서 먹고 담소를 나누지만, 엄마는 이들을 보살피느라 분주했다고 기억했다.

그녀는 서울시의 이번 임신관련 정보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남녀들이 많다. 나이 많은 세대, 그리고 나이 많은 세대는 무엇이든 옳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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