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인정도, 보상도 없어...국회에서 보상법안 논의 예정

집시 가족의 사진들(출처-pixabay)
집시 가족의 사진들(출처-pixabay)

동유럽의 체코슬로바키아에는 집시들이 많이 거주한다. 특히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 집시들이 많다고 해서 집시와 같은 유랑민들을 보헤미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시들은 스스로를 롬족(Rom)이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롬족은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왔고, 특히 나치 독일 당시 집시 말살정책으로 인해 유럽에 살던 롬족의 50%가 목숨을 잃었다. 전후에도 롬족은 이등 시민으로 여전히 차별받았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롬족 여성들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이 자행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체코에서도 롬족에 대한 대대적인 우생학 정책이 정부 주도로 시행됐는데, 지금까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도, 롬족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진 적도 없다. 우생학 정책은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인종을 죽이거나 불임으로 만들어 말살시키는 것으로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공식적으로 1993년에 폐지됐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25만명으로 추정되는 롬족은 체코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이다.

둘째 아들을 낳을 당시 엘레나 고롤로바(Elena Gorolová)21세였다. 그녀는 의사가 나와 아기가 위험하다면서 제왕절개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엘레나가 분만실에 있을 때 간호사가 서명할 용지를 가지고 왔는데, “나는 너무 힘든 상태였고, 내가 무엇에 대해 서명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서명한 서류는 불임시술 동의서였다. 엘레나는 롬족이다.

유럽롬족권리센터(European Roma Rights Centre)1990년대까지 수백명의 여성들이 체계적으로 불임시술을 받았고,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07년이라고 밝혔다.

이런 강제불임 여성 피해자들이 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다음 국회 회기에 논의될 예정이다. 피해자들에게 10,200 파운드(한화로 약 1,600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2019년에 제안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체코 정부에 의해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엘레나 고롤로바(출처-더 가디언)
체코 정부에 의해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엘레나 고롤로바(출처-더 가디언)

엘레나는 시술 후 의사가 서명한 내용에 대해 알려주었을 때에서야 자신의 난관이 영구히 절제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시술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울었다.

그녀는 나는 항상 딸을 낳고 싶었다. 불임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끔찍했고, 나 자신이 쓸모 없어졌다고 느꼈다면서, “남편은 의사 뿐 아니라 나한테도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내가 미리 계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롬족 전통에서 다산(多産)은 중요한 가치다. 나는 내 생명을 맡겼던 의사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가 상황을 인정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 지역복지과에 가서 뭔가 대답을 얻으려고 했지만, 담당관은 신경도 안 썼고, 누구도 그들과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2004년 엘레나는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여성들의 모임을 알게 됐다면서 혼자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그리고 싸울 수 있는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보상을 원했고, 엘레나는 2015년 유엔에서 연설을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고, 유엔과 유럽연합은 체코정부의 인종주의와 무관용을 비난했다. 작년 9월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의 두니아 미야토비치(Dunja Mijatović) 위원은 피해 여성들을 도울 법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인권운동가이며 작가인 그웬돌린 알버트(Gwendolyn Albert)“100% 체코 정부의 책임이다. 동의 없이 불임시술한 의사들에게 면허를 준 것은 체코 정부였기 때문이다라면서 롬족에 대한 이런 집단학살은 한 가지 방법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고,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하기도 했다. 또 가족계획의 한 형태로 설명되기도 했다. 엘레나처럼 나중에야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있는데, 한 여성은 제왕절개 수술 후 자궁내 피임기구를 장치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알버트는 체코정부는 이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공식기록이 없다면서 교육과 주거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체계적인 인종차별은 계속해서 롬족에 피해를 주었지만, 이를 바꿀 정치적 의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엘레나는 포기한 여성들도 많고, 합병증으로 사망한 여성들도 많다. 이들의 가족들도 우리처럼 보상받아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이런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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