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법 바꾸면서 여성 각료 출산휴가 허용하는데, 우리는... 

아일랜드의 헬렌 맥켄티 법무장관(출처-맥켄티 페이스북)
아일랜드의 헬렌 맥켄티 법무장관(출처-맥켄티 페이스북)

지난 2, 영국 집권 보수당이 제출한각료의 출산수당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의 핵심은 장관급 각료의 출산휴가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출산을 앞둔 수엘라 브레이버먼 검찰총장(41)이 있었다.

종전에는 우리의 차관급인 부()장관은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 반면, 장관과 검찰총장 등 핵심 각료는 제외됐었다. 그러다가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레이버먼 검찰총장이 6개월간 유급 출산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도록 결정하면서 개정 법안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브레이버먼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떠난 장관급 각료가 됐다.

비슷한 일이 아일랜드에서도 있었다. 지난 11일 마이클 마틴 총리는 헬렌 맥켄티 법무장관(35)이 오는 4월부터 6개월 유급 출산휴가 사실을 밝히며, 이 기간 동안 다른 여성 장관인 헤더 험프리스 지역사회개발 장관이 법무장관을 겸한다고 발표했다.

맥켄티는 아일랜드에서 장관 재직 중 임신한 첫 사례였으며, 이제 출산휴가를 사용한 최초의 장관이 될 전망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직업 공무원의 출산휴가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장관의 경우는 별도 규정이 없다.

1937년 제정된 아일랜드 헌법에는 국무위원이 언제든 투표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예외 조항에는 임신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맥켄티 장관의 출산휴가는 자칫 헌법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마틴 총리는 84년에 제정된 낡은 헌법 조항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장관급도 출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개정한 영국 집권 보수당의 입장과 맥이 통한다.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출처-신 전 의원 블로그)

여성들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유럽에서도 장관의 출산휴가는 드문 일인데,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신보라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20대 국회 때인 2018913일부터 53일 동안 출산휴가를 냈다. 우리나라 현역 국회의원이 출산휴가를 사용한 최초 사례다. 하지만 신 전 의원의 휴가는 엄밀히 말해 출산휴가가 아니라 결석이었다.

현역 국회의원이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신 전 의원은 국회의원의 청가 및 결석을 규정한 국회법 제32조를 근거로 국회의장에게 총 22회의 청가서를 제출하고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 결석했다.

출산에 앞서 신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의장의 결재를 받아 출산 후 45일 이상 최대 90일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일명 여성 의원 출산휴가법을 대표 발의했다.

신 전 의원 이전에 임기 중 출산한 여성 국회의원은 19대 국회 때 2명 있었다. 만삭의 몸으로 당선한 새누리당의 김희정 전 의원(1971년생)과 민주당 장하나 전 의원(1977년생)이었다.

김희정 전 의원은 출산과 함께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해서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않았고, 장하나 전 의원은 임기 끝까지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 장 전 의원의 경우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자신의 임신과 출산이 청년과 여성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신보라 전 의원의 사례는 출산한 여성이라면 예외없이 누려야 할 권리가 출산휴가라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국가적으로 출산 장려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도 법 규정은 미비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국회에 다시 한번 워킹맘문화가 다져지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지방의회에서는 잇달아 여성 의원의 출산휴가 사용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지난 20199월 부산시의회는 임신 중인 여성의원이 출산휴가를 90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의회 회의 규칙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다. 20204월에는 경기도의회가 여성 의원은 출산 전후로 90, 남성 의원은 배우자 출산시 10일의 출산 휴가 사용을 허용하는 개정규칙안을 가결했다.

그 외 부천시와 서울시의회에도 출산휴가 관련 조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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