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밖에서 자라는 아기, 기술적 문제보다 여성의 생식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

자궁 속의 태아(출처-더 가디언)
자궁 속의 태아(출처-더 가디언)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연구진이 인공자궁에서 많은 생쥐들을 번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유리병 속에 임신 5일 째인 생쥐의 자궁에서 배아를 떼어내 11일 동안 키웠다. 생쥐의 임신기간은 20일 정도다. 배아는 정상적으로 발생해서 유리병을 통해 보이는 심장이 1분에 170회씩 꾸준하게 박동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임신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단계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됐다. 한편으로 인공자궁이 여성의 생식권 및 자유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니 클리만(Jenny Kleeman)은 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저널리스트로 <섹스 로봇과 비건고기:출산과 음식 그리고 죽음의 최전선(Sex Robots & Vegan Meat: Adventures at the Frontier of Birth, Food, Sex & Death)>의 저자이다. 클리만은 이번 인공자궁 실험 성공의 의미와 해결과제에 대한 의견을 가디언에 게재했다.

남녀에게 있어 임신은 가장 불균형적인 분업이다. 남성은 한 개의 세포만 제공하면 끝이지만, 여성은 9개월 동안 아이를 뱃속에 데리고 다니고 분만을 하며, 때때로 자신의 몸이 위험해지기도 하고, 남성들이 만든 노동현장에서 자신의 경력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공자궁은 완전한 양성평등을 의미할 것이다. 누구든지 생식세포만 제공하면 나머지는 인공자궁에서 해결한다. 그러나 이런 평등은 여성에게는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인공자궁은 매우 파괴적인 기술이며, 이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매우 어려운 윤리적 선택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병 속에서 아기를 키우는 것은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나 영화 매트릭스의 '태아사육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수십 년간 연구해왔다.

1992년 일본의 연구진이 고무주머니에서 염소를 키우는 데 일부 성공했다. 2017년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은 플라스틱 주머니에서 양()의 태아를 임신 중반기부터 임신 말기까지 키웠다고 발표했다. 2019년 네덜란드 연구진은 센서가 달린 인간아기의 복제품을 인공자궁에서 발생시키기 위해 EU로부터 290만 유로(한화로 약 385천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이런 발명의 이면에는 고결한 목적이 있다. 이들은 초조산아(임신 28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라는 가장 취약한 인간 존재를 살리고, 초기 임신을 이해해서 유산을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인공자궁은 배아발생을 볼 수 있는 창문 역할을 해서 유산이나 조산의 이유를 실시간으로 연구할 수 있다. 임신과정이 체외에서 가능하게 되어 조산과 관련된 장애나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자궁은 여성의 생식권리 및 자유(reproductive rights and freedoms)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즈에서는 낙태기한이 태아가 인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한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현재 임신중절 기한을 24주로 설정한 이유는 그 이전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인공자궁 안에서 모든 태아와 심지어 배아까지 생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태어나지 않은 어떤 아기도 생존권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낙태가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에서 낙태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생기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권리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아기도 기술적으로 구조될 수있다면 낙태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여성을 위한 선택)인 동시에 프로-라이프’(pro-life: 생명을 위한 선택)가 된다.

인공자궁이 아기를 살릴 수 있다면 엄마가 낙태를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인공자궁은 가장 취약한 아기들을 구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음주나 흡연 또는 마약복용이나 임신 중 위험한 행동을 하는 여성들이 임신한 아기들이 위험해지므로 인공자궁으로 구조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

임산부를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평가하는 문화에서, 그리고 국가가 임신에 적합하지 않은 임산부들로부터 아기를 데려갈 수 있다면 인공자궁 기술은 임산부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할 잠재력을 가질 위험이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많은 기술 및 미디어 회사들은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경력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에 생식력이 감소되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도록 종업원들의 난자를 냉동시키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인공자궁은 엘리트 여성들을 위한 선택사항이 될 수도 있다. ‘자연임신은 빈곤이나 원치 않는 임신 또는 난잡한 생활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공자궁이 모든 임신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찍 올 것이다. 여러 연구진들이 인간의 자궁을 복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은 생체주머니(biobag)’에서 아기를 키우는 실험의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품청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해놓은 상태이며, 호주와 일본의 연구진들도 바짝 따라붙고 있다.

태아를 인간육체 밖에서 키우는 것에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윤리적법적 문제가 남아있다. 인공자궁 기술이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실용화되기 전에 인공자궁에 대해, 그리고 여성생식권의 기반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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