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 전경(출처-pixabay)

지난 해 10월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의 한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발견됐는데, 항공당국은 신생아를 낳은 여성을 찾겠다며 호주 시드니발 항공편의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최근에 출산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체 검사를 했다. 이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검사를 받은 여성들 중 13명이 호주 국적이어서 호주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해프닝은 카타르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카타르 여성들은 극심한 차별 속에 살고 있다고 한 국제인권단체가 주장했다.

29(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HR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카타르 여성들은 남성보호자제도(male guardianship)라는 불투명한 제도로 인해 기본적인 자유가 없으며, 결혼, 여행, 고등교육, 자녀에 관한 결정 등에 대해 남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노동과 주거 그리고 신분에 관한 27개의 법률을 살펴봤는데, 많은 경우 여성이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려면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남성 보호자는 아버지, 남자 형제, 삼촌, 남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카타르 여성들은 자녀들의 일차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는데, 이혼을 했거나 남편이 사망한 경우, 자녀에게 보호자가 될 수 있는 남성 친척이 없으면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 한다.

또 성()과 임신관련 보건진료와 질내초음파 그리고 자궁경부암 검사 등을 받기 위해서는 결혼 증명서가 요구되고 있다.

HRW의 로타 베굼(Rothna Begum) 여성권리 연구원은 이 보고서의 목적에는 제반 법률을 명확히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카타르 정부는 여성들이 법 규정을 아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부는 남성들이 권한을 갖고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법이 바뀌어도 정부는 여성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명확하게 말해주지도 않는다.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률이 있어도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결정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카타르 여인들(출처-카타르 관광청)

보고서에는 운전과 여행, 학업과 노동, 또는 결혼에 있어 보호자들이 허락을 거부한 여성들의 사례를 실었다. 이들 중에는 자해나 우울증, 스트레스, 자살충동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여성들도 있다.

보호자 규정은 특권층 여성들도 어린이 처럼 취급한다. 롤와(Lolwa, 44)라는 여성은 33세 때 아버지가 운전하는 것을 동의해 주었다면서, “직장에 들어갈 때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어른으로, 또 한편으로는 어른이 아닌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굼 연구원에 따르면 법규에 적혀있지 않아도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여성이 일을 하는 데는 남성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정부의 인적자원 부서에서는 남성의 허가서를 요구한다거나 여권법에는 여성이 자신의 여권을 가질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아버지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카타르 정부는 이 보고서가 정확하지 못하다면서 카타르의 헌법과 정책을 진실하게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보고서의 사례들을 조사해 위법한 행위를 한 사람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베굼 연구원은 카타르에는 반차별법(anti-discrimination laws)이 없다. 그래서 불편을 호소할 담당자가 없다. 여성이 어떻게 취급당하는지 모니터링 기능을 하는 여성인권단체도 없다고 지적했다.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이 되면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인권이 지속적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여성차별에 대한 비난이 있어왔지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2019년 누프 알-마디드(Noof al-Maadeed)는 수년 동안의 가정폭력과 구속을 못 이겨 카타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학교에 다니는 것만 허락됐다. 그 외의 것을 하면 구타를 당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카타르의 규정에는 25세 미만의 미혼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허가 없이는 해외여행이 금지돼있다. 그래서 2019년 당시 21세였던 마디드는 아버지의 전화를 이용해 출국허가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 창문을 넘어 공항으로 가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영국에 도착, 망명을 신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남성보호자 제도를 개정한 이후, 카타르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익명으로 보호자 제도에 항의하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하루가 채 안되어 담당부서에서 해당 소셜미디어를 폐쇄시켰다.

마디드의 탈출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는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20201, 카타르는 운전면허를 받는데 필요한 보호자의 허가 규정을 폐지했다.

베굼 연구원은 변화는 카타르내의 사고방식 변화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압력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면서, “여성들은 이제 신물을 내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매우 불만에 차 있다. 카타르는 현대국가다. 많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있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이곳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것이다. 상황이 드러날수록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정부는 고위 정치직과 전문직에 여성들이 진출하는 발전을 이루기를 원한다면서 카타르 여성들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고, 최고 수준의 교육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은 자녀의 여권이나 신분증 발급에 있어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학업과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데 보호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으며, 카타르 대학(Qatar University)에서의 현장학습에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HRW의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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