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주면 죄책감 들게 만드는 첨단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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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유아용품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자녀를 적게 낳는 대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쓰는 돈은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육아를 도와주는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아기 용품들이 워낙 많아 다 사자니 비용 부담은 물론 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안사면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다.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인 아르와 마다위(Arwa Mahdawi)도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불필요하고 지나친 아기용품 광고의 홍수 속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모유와 침대, 그리고 젖병 정도? 아내의 임신초기에 나는 순진하게도 아기를 위해 그 정도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아기들이 하는 일이란 먹고, 싸고, 자고의 반복이니까. 복잡한 기구가 필요한 일들은 아니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아기가 곧 태어날 예정인데, 아기용품 산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있는 우리의 작은 아파트는 기이한 상품들의 광고로 가득 차있다.

콧물흡입기(snot-sucker)는 실제로 아기의 코에서 콧물을 흡입하는데 사용하는 기구이다. 친구에게 정말 이것이 필요한가?라고 묻자 그녀는 너는 지금 어떤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지 정말 아직 모르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스누(Snoo)에 대해서 너무나 많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스누는 인공지능 아기침대인데, 아기의 몸부림에 반응해 침대를 자동으로 흔들어서 다시 잠들게 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가격은 1,495 달러(한화로 약168만원)이다. 어떤 사람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돈 낭비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기를 키우는데 모유와 침대보다 좀 더 필요할 수는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인공지능 아기침대는 필요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여겨지는 핀란드에서는 새내기 엄마가 퇴원할 때 아기를 재울 수 있는 골판지로 만든 상자를 정부로부터 제공받는다(반면, 서구에서 가장 비참한 부모들이 있는 미국에서는 엄청난 액수의 청구서를 갖고 퇴원한다).

예비부모가 되면 죄책감에 사로잡혀 불필요하게 돈을 쓰도록 하는 광고들에 둘러싸인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아기가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받을 상황에 대비해 신생아의 제대혈을 사설로 보관하라는 팜플렛을 받았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하면? 모든 것들이 약탈적이고 역겹다. 사실 제대혈은 사용 가능성이 높도록 공공 보관하는 것이 훨씬 낫다.

머리를 돌게 하는 것은 비싼 아기침대와 제대혈 보관뿐이 아니다. 상충되는 양육관련 조언들도 그렇다. ‘규칙적으로 기르지 않으면 괴물이 될 것이다라고도 하고, ‘규칙에 연연하면 아기는 신경증환자가 될 것이다라고도 한다. ‘아기가 소리내어 울게 내버려 두면 안전한 애착을 형성할 수 없는 소시오패스가 될 것이다라고도 하고, ‘소리내어 울지 못하게 하면 아기들은 독립심을 배울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도 한다.

나 자신이 양육조언 사업에 뛰어들까 잠깐 생각해 본다. 수익이 괜찮을 것 같다. 자궁 내 수면훈련을 시도해 특허를 받을까 생각해 본다.

취침시간에 내 파트너의 배 옆에서 매번 울리는 똑같은 노래를 5일째 듣고 나니 지겨워지려 한다.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생활계획표를 가르쳐줄까 하고 생각하다가, 나 자신의 일정도 기억할 자신이 없는 것을 깨닫고 포기한다. 현재 내가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은 지나친 걱정을 삼가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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