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례법, 그대로 둘 것인가…설문조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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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큰 아들(29)의 결혼식을 치룬 A(58)는 아직도 지인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신부 친구들의 축하연주는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신랑 신부가 손을 잡고 동시에 입장하는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등 결혼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감동과 재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A씨는 내가 결혼할 때는 아버지가 당시 국무총리에서 막 퇴임하셨던 대학 은사님을 주례로 모셨다면서 결혼 당사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셨던 주례는 아버지 칭찬, 집안 칭찬만 잔뜩 하셨다고 자신의 결혼식을 회상했다.

A씨는 아들 결혼식에서 사돈과 의논해 주례 대신 양가 아버지의 편지를 낭송했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은 사돈의 아이디어였다.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것은 딸 가진 아버지의 로망이었을텐데, 아버지가 사위에게 딸을 맡기는 것 같아 싫다고 했다A씨는 말했다.

보통의 결혼식과는 달랐던 A씨 아들의 결혼식은 결혼과 같은 가정의례 절차를 규정한건전가정의례준칙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많다.

건전가정의례준칙에서 정한 혼인식순은 신랑 입장-신부 입장-맞절-주례사-신랑·신부 행진으로 정형화 돼있다. 또 혼인서약과 성혼선언 문구는 물론 예식 장소, 예식 복장, 초청 하객 범위 등도 규정돼있다.

'건전가정의례준칙' 혼례 항목 일부(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건전가정의례준칙' 혼례 항목 일부(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혼인뿐만이 아니다. 건전가정의례준칙은 장례, 제사, 회갑과 같은 수연례 등 가정의례의 절차와 규모 등을 규정하고 있다.

건전가정의례준칙은 허례허식을 규제하자는 차원에서 1969년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진 가정의례준칙이 모태이다. 1999년 건전가정의례정착지원법이 제정되고, 건전가정의례준칙으로 그 내용이 일부 바뀌었지만, 그 기본 지향과 뼈대는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와 자유가 강조되면서 법으로 결혼식과 제례절차 등을 규정하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고 국가의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지난해 10건전가정의례정착지원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했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이 법에 대해가부장적인 내용들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도 못한다.‘건전가족이라는 말은정상가족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면서 이미 법률로서 그 실제 행정행위도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 법안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법안 발의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논란이 많던 가정의례 법령이 결국 존속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여성가족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건전가정의례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정의례법)’의 존속 필요성 등을 묻는 국민 설문조사를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정책참여 창구 국민생각함(www.epeople.go.kr/idea/index.npaid)에서 진행되며, 국민 누구나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 설문 문항은 가정의례법이나 가정의례준칙에 대해 알고 있는지’, ‘가정의례법령이 필요한지등이며, 조사 결과는 가정의례법령의 존속 여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권영 여가부 가족정책관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가정의례법령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변화하는 의식과 시대에 맞춰 가족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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