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교훈 속 성차별표현 심각…남자=건아, 도전, 여자=꽃, 배려 등
한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마스코트는 남녀를 상징하는 것이 분명한 초록과 분홍의 캐릭터로색깔과 크기 등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곳뿐이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260개의 지자체 및 기관의 공식 마스코트를 조사한 결과 43%가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이 21.5%로 가장 많았고, 성별 대표성 불균형(16.7%), 성차별적 표현·비하·외모지상주의(4.4%) 순이었다.
여성가족부와 여성정책연구원은 2일 ‘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차별적 요소로 지적받은 마스코트들은 역할·색깔·표정·크기로 남녀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크고, 적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또 ‘남성=파랑, 여성=빨강’이라는 정형화된 색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여성의 속눈썹, 볼 화장 등을 통해 외모를 강조하는 경우도 많았다.
토론회에서는 “전체 지역민을 아우르는 중성적, 양성적, 탈성별화된 마스코트 제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구원은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마스코트로 서울시 해치, 부산시 부비, 강원도 정선 산아리 등을 예시하기도 했다.
ARS(자동응답시스템) 음성안내도 성편향적이었다. 연구원이 지난해 8~9월 정부⦁지자체, 공공기관 등 500여개 기관의 ARS 음성 성별을 조사한 결과 무려 91.3%가 여성이었고, 남성은 0.8%에 불과했다. 아이 목소리이거나 남녀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는 경우는 1.0%였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여성 목소리가 개인 비서·집사·하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초·중·고교의 교훈이나 교가도 성차별적이거나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전국 1천16개 초·중·고의 교가와 교훈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상당수 학교에서 여학생에 대해‘향기, 꽃송이, 순결, 아름다운’ 등의 성편향적 표현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 비율은 전국 97개 여중의 64.9%, 69개 여고의 68.1%나 됐다.
반면 전국 99개 남중의 24.2%, 70개 남고의 38.5%가 남학생을 지칭할 때 ‘건아, 씩씩한, 나라의 기둥’등의 표현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남학교보다는 여학교에서 특히 성 편향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또 교가와 교훈에 나타난 사회적 역할의 경우, 남학생은 ‘자주적, 도전, 꿈, 미래. 능력’ 등 성취 지향적 표현이 많은 반면 여학생은 ‘배려, 나눔, 봉사, 아름답게’ 등 관계 지향적 표현이 많았다.
여가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생활 속 성차별적 요소 개선과제를 관련 부처 협의와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교육부와 지자체 등 관련기관에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