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급감으로 약 4천개 폐교, 무단 점유로 코로나19 집단감염도

2005년 문을 닫은 대전의 충일여고(출처-네이버 카페)
2005년 문을 닫은 대전의 충일여고(출처-네이버 카페)

최근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인사이더 닷컴은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사이더는 198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전역에 있는 3,725개 학교가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전하면서 그 중 한 곳으로 2005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후 폐교한 대전의 충일여고를 소개했다.

충일여고는 산업체 부설학교로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인근의 충남방적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15년 넘게 방치되면서 괴담 마니아들 사이에서 공포체험 장소로 유명해졌다. 타지에서 일부러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교(폐지학교)가 늘고 있는 것은 저출산 영향 탓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0.84명으로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까지 떨어져 OECD 평균 1.63(2018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33000명이나 많아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현상도 일어났다. 이렇게 고령화와 저출산, 거기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져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령인구도 급감하고 있다. 19801000만 명을 넘었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 수는 19861031344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00만 명까지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초등학교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1488개교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전국에 115곳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교 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폐교 수는 3855개다. 인사이더는 코리아헤럴드의 자료를 인용해 폐쇄된 학교 부동산의 62.7%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매각됐다고 보도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폐교보유 현황자료에 따르면 대장가격 기준 총 19454억 규모의 1387개 폐교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 지역의 100여개 폐교 중 문화예술 공간 등으로 사용되는 일부를 제외하면 5곳 중 1곳은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폐교 미활용 문제는 폐교 증가와 함께 계속 지적돼 왔다. 특히 지난 3월 인천 강화군의 폐교인 길상초등학교 선택분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치된 폐교가 코로나 전파의 온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폐교는 2001년 문을 닫은 후 강화교육지원청과 대부 계약을 맺은 한 업체가 사용해오다가 사용해왔으나 2012년 대부료 미납 등 이유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에도 업체 관계자들이 폐교를 무단 점유해 생활했고, 교육지원청이 명도소송을 제기한 뒤 강체집행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정수기 방문판매업체 합숙시설로도 활용됐던 이 폐교에서 결국 6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폐교로 돌아가 무단 점유를 이어가다가 퇴거조치 됐다. 강화군은 폐교 시설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인천시교육청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미활용 폐교 수가 91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남도는 올해를 폐교 재산 감축의 해정해 매각, 대부, 자체활동 등으로 미활용 폐교를 감축할 계획이다. 6월 말 현재 6개가 지방자치단체에 매각됐고, 7개는 대부계약 완료, 4개는 자체 활용 등 총 17개의 활용방안이 결정됐다.

강원도 교육청도 ‘2021년도 폐교재산 매각 계획을 수립해 폐교 23개의 매각을 추진한다.

올 3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중학교(폐교) 부지에 개관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바이크 레이싱 존(출처-네이버 카페)
올 3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중학교(폐교) 부지에 개관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바이크 레이싱 존(출처-네이버 카페)

폐교를 지역문화공간, 복합 체육시설, 예술창착터 등으로 활용하는 지역도 많다. 지난 630일 경기도 광주시는 문 닫은 지 26년이나 된 분원초등학교 검천분교를 임대해 '검천평생학습센터'를 개관했다.

또 경기도 용인시의 기흥중학교(2019년 폐교) 부지에는 올 3월 전국 최초로 폐교 부지를 활용한 복합체육시설인 경기학생스포츠센터가 문을 열었다.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 지역의 폐교 2개에 70억원을 들여 농촌체험관을 건립하고 있다. 전남도도 도서 지역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폐교를 언택트 관광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경북도는 봉화군 소천면 산타마을 인근 폐교를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등 관광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폐교를 다양하게 활용해 지역 주민의 생활 편의를 도모하는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수도권 지역의 100여개 폐교 중 5곳 중 1곳은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수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30년경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던 인구감소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와 지난해 말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와 폐교는 농어촌이나 지방 소도시만의 상황이 아니다.

서울시의 학생수도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1학년도 학급편성결과에 따르면 지난 310일 기준 서울 시내 유····특수·각종 학교 학생 수는 904705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고, 전국적으로 폐교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폐교는 그 시설의 활용 여부를 떠나서 저출산 시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 자녀가 다녔고, 다니고 있는 학교도 언젠가는 없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저출산 문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