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팀, 왜 반바지 입었나

사진-노르웨이비치핸드볼협회
사진-노르웨이비치핸드볼협회

지난 718(현지 시각),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 노르웨이와 스페인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은 비키니 하의 대신 짧은 반바지를 입고 경기를 해 유럽핸드볼연맹(EHF)으로부터 운동복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1인당 160유로의 벌금이 부과됐다.

노르웨이 여자 대표 선수들은 이전부터 비키니 하의는 노출이 심하고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준다고 반감을 나타내왔다. 이들은 벌금을 낼 각오를 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동메달 결정전에 나갔다고 한다.

출처-핑크 트위터 캡처
출처-핑크 트위터 캡처

이 소식을 들은 미국 팝가수 핑크는 그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밝혔다. 핑크는 성차별적 유니폼 규정에 항의한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정말 자랑스럽다“EHF야말로 성차별에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당신들의 벌금을 대신 내게 돼 정말 기쁘다. 계속 싸워 달라는 응원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국제핸드볼연맹(IHF) 규정에 따르면 비치핸드볼 여자 선수들은 경기 시 상의는 양팔 전체가 드러나는 스포츠 브라, 하의는 옆면이 10cm를 넘지 않는 비키니 하의를 입어야 한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EHF는 이번 벌금 부과 결정으로 광범위하게 비난을 받았다.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의 주장 카틴카 할트빅(Katinka Haltvik)은 규정이 당혹스러운 것이라고 말했으며, 노르웨이 핸드볼 연맹은 목소리를 냈고 공공연하게 할 말을 했다며 자국 대표 선수들을 칭찬했다.

도쿄 올림픽은 여성 선수의 출전 비율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높은 49%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성평등 올림픽'을 내세워 야구와 소프트볼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동일한 숫자의 남녀 선수가 출전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출전비율이 비슷하다고 성평등한가? 비치핸드볼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한다고 해도 여성의 몸을 최대한 가렸던 초기 올림픽과는 달리 복장규정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인디펜던트는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했던 성차별과 그에 대한 개선이 있었는지 그 연대기를 정리했다.

<1900> ‘집중을 방해하는여성의 몸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여성의 참여가 허용됐다. 여성은 테니스, 요트, 크로켓, 골프, 승마 등 다섯 종목에 22명이 출전해 전체 선수의 2%를 차지했다. 997명의 남성 선수들은 20개 종목에 참가했다.

올림픽 역사(The Games: A Global History of the Olympics)’의 저자인 데이비드 골드블랏(David Goldblatt)당시 올림픽 조직위원들이 여성들의 경기 참여를 허용했으나 여성의 참여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의 신체가 남성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주된 우려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들은 긴 소매와 목을 가리는 상의, 그리고 발목까지 덮는 드레스를 입어야 했다.

여성이 처음 출전한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최초의 여성테니스 챔피언이 된 샤롯데 쿠퍼 스테리(사진-인디펜던트)
여성이 처음 출전한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최초의 여성테니스 챔피언이 된 샤롯데 쿠퍼 스테리(사진-인디펜던트)

이 대회에서 영국의 테니스 선수 샤롯데 쿠퍼 스테리(Charlotte Cooper Sterry)는 테니스 단식과 복식 경기를 모두 이겨 최초의 여성테니스 챔피언이 됐다.

<1908> 드러난 종아리, 그러나 여전히 얌전한 복장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여성들은 종아리를 드러낼 수 있었지만, 유니폼은 여전히 매우 얌전한 형태였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덴마크 여성 체조선수팀(사진-인디펜던트)
190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덴마크 여성 체조선수팀(사진-인디펜던트)

당시 올림픽에 참가했던 덴마크 체조선수들의 사진을 보면 헐렁한 반바지에 긴 소매의 목주위가 둥글게 파인 상의를 입었다. 이 유니폼은 남성과 여성 모두 몸에 붙는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현재의 체조 복장 규정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여성 체조선수들이 경기에는 참여했지만, 이들이 경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여성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보여주는 비경쟁 전시용’  이벤트에 참여했다.

<1912~1932> 여성수영 경기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최초로 여성 수영경기가 허용됐다. 당시 여성들은 몸통에서 발목까지 가리는 타이즈 형태의 하의와 허벅지까지 오는 반바지, 그리고 민소매 티셔츠 형태의 상의를 입었다.

1932년 LA 올림픽 다이빙 종목에 출전한 여성 수영선수의 복장(사진-인디펜던트)
1932년 LA 올림픽 다이빙 종목에 출전한 여성 수영선수의 복장(사진-인디펜던트)

그러다가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현재와 비슷한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이 됐다.

<1964> 비행기 승무원 형태의 유니폼

1964년 도쿄 올림픽 개회식 장면(사진-인디펜던트)
1964년 도쿄 올림픽 개회식 장면(사진-인디펜던트)

이후 수십년 동안 개회식 복장은 군복풍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은 여성평등을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나타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미국 팀의 남녀 유니폼을 군복풍의 베레모와 선원 스타일의 넥타이로 구성했다.

남성 선수들의 복장은 종종 군복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군인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골드블럿은 보수를 받지 않고 경기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군인 외에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남성들은 이런 복장을 하고 군대에서처럼 행진을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 선수들의 복장은 비행기승무원의 유니폼과 비슷했다.

<1996~2012> 비치 발리볼을 하는 반라의 여성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성 비치발리볼 경기에 출전한 호주 여자대표팀(사진-인디펜던트)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여성 비치발리볼 경기에 출전한 호주 여자대표팀(사진-인디펜던트)

비치발리볼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을 때 여성 선수들은 남성 선수들과는 매우 다른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남성 선수들은 헐렁한 상의와 반바지를 입었지만, 여성 선수들의 복장은 비키니 수영복이었다.

국제배구연맹이 선수들의 종교와 문화적 신념을 반영하는 3가지 옵션을 추가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유니폼이 업데이트됐다.

당시 런던시장이었던 현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올림픽이 즐거운 20가지 이유라는 컬럼을 게재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비치발리볼을 하는 반라의 여성들이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여성 선수들은 비키니, 원피스 수영복, 또는 티셔츠나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중 하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하의는 허벅지 위까지 파인팬티 형태여야 하고, 반바지와 상의는 몸에 달라붙는 것이어야 한다.

<2012~2021> 가려라, 말아라!

2021년의 비치발리볼 유니폼 규정 이후 여성들은 올림픽 유니폼에 내재된 성차별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영국 패럴림픽 선수인 올리비아 브린(Olivia Breen)은 영국육상협회 관계자가 자신에게 바지가 너무 짧다고 말했을 때 역겨웠다고 말했다. 뇌성마비가 있는 브린은 너무 놀랐다면서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18세기에 살고 있지 않다고 부언했다.

한편 독일의 체조 선수팀은 다리를 덮는 긴 타이즈 형태의 유니폼을 공개했다. 독일 여성체조팀은 1970년대부터 여성 체조선수들이 입어왔던 비키니 형태의 전통적인 타이즈 유니폼 대신 긴 바지의 보라색과 검은색이 섞인 타이즈를 입는다.

독일 대표팀의 엘리자베스 자이츠(Elisabeth Seitz)종전의 유니폼을 입고 불편하거나 성차별을 느끼는 모든 체조선수들에게 이 유니폼이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면서 모든 체조선수들은 자신이 가장 편안한 형태의 옷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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