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데이트로 ‘그 사람’을 찾는 여성들

“이 책은 삶을 바꿀 것이다.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웃고, 많이 배우고, 펑펑 울었다”

지난 달 발간된 ‘138 Dates(138번의 데이트)’라는 책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저자인 레베커 캠벨(Rebekah Campbell)은 호주의 스타트업 사업가이자 강연자로 유명하다.

이런 성공적이고 화려한 삶과는 달리 캠벨은 매일 밤 불을 끄면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남자친구가 10년 전 사망한 이후로 캠벨은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지난 10년 간 그는 성공적인 사업경력을 쌓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러던 중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낀 순간이 닥쳤다. 캠벨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나는 34세였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부모님 친구 집 차고의 접이식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캠벨은 자신의 상표를 출시한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데이팅을 하기로 결심했다. 구체적으로 사업에 활용하는 판매단계(sales funnel)와 비슷한 계획을 세웠다. 말하자면 데이팅 전략이었다.

그 전략은 데이팅 앱에 가입하거나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 등으로 많은 후보자들을 확보하고,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의 특성 리스트를 작성한 다음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 전에 전화로 이들을 조사해 걸러냈다.

그리고 만남 장소는 두 군데로 정해두고, 매주 둘 중의 한 장소에서 데이트 상대를 만났다. 캠벨의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3년 간 138명의 남성들과 데이트를 한 끝에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캠벨의 ‘138번의 데이트’처럼 데이트 전략을 적용하는 여성들이 많다. 가디언은 온라인 커뮤니티, 팟캐스트 등을 중심으로 여성데이트전략(FDS, Female Dating Strategy)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Reddit)’에는 지난 2019년에 시작된 ‘r/FemaleDatingStrategy’라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여성 17만9,000명이 가입해 자신의 연애전술을 논의한다.

FDS는 여성의 데이트 경험을 최적화 하도록 구성되어 싱글 여성들에게 (때로는 거칠고, 욕설이 섞인)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가차 없이 남성을 평가하기, 성관계 전에 남성이 투자하게 만들기 등이 있다.

또 여성이 해서는 안되는 것들 중에는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하기(FDS는 여성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믿고 있다), 데이트에서 술 마시기(이는 ‘노력이 덜 드는 일’이며, 식사를 하러 나가는 것이 더 낫다) 등이 포함된다.

FDS는 동시에 여러 명의 남성들과 데이트 하는 것을 지지하며, 경고할 만한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그 남성과는 절교하고, (캠벨이 그랬듯이) 데이트 전에 전화로 사전 인터뷰를 할 것을 권유한다. 목적은 FDS의 용어로 ‘높은 가치의 남성’을 찾는 것이다.

데이트와 관련해 어떤 전략을 전개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700년대부터 여성들은 구혼자를 선택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소설을 분석해 왔다.

최근에는 1990년대의 베스트셀러인 엘렌 파인과 셰리 슈나이더의 공저 ‘규칙들(The Rules)’이 여성들에게 이와 비슷하게 데이트에 관해 조언했다. 그 중에는 남성에게 전화하지 말고 부재 중에 온 남성의 전화에 연락하지 말기, 수요일에 만난 후 토요일 밤 데이트는 응하지 않기 등이 있다.

‘The Rules’가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처방했다면 FDS는 회원들에게 남성은 시간을 들일만한 대상임을 확신시켜 주는데 초점을 둔다. 이들에게 독신은 실패가 아니라 혼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이다.

2019년에 우연히 FDS를 알게 된 후 현재 FDS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사바나(Savannah, 24세)는 “FDS는 바쁘게 일하고 자신만의 관심사를 갖는 등 자신만의 생활을 구축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연 어떤 남성이 자신의 생활에 가치를 더해주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사바나는 FDS 원칙을 활용해 사귀게 된 한 남성과 2년째 데이트 중이다. 그녀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데이트 전략을 갖는 것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여성운동과 동성애 이론을 연구하는 시드니 대학의 그레이스 샤키(Grace Sharkey) 연구원은“연애의 접촉에 자신을 개방하는 것은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데이트는 골치 아프고 복잡하다. 데이트에 규칙과 규정을 만드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한 방법이다”라고 분석했다.

사바나는 데이트 앱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사랑보다는 연결을 찾기 때문에 데이트를 조심스럽게 걸러내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진지한 만남을 찾는다면 온라인 데이팅은 원자폭탄으로 가득 차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FDS는 남성이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편안해지는, 여성을 대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남성을 찾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38번의 데이트’의 저자 레베카 캠벨은 FDS의 회원은 아니지만, 데이트는 숫자게임이라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다수의 남성들과 데이트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자신이 부과한 규칙을 깼다.

캠벨은 “남편을 만났을 때 다른 모든 데이트를 취소했다. 그가 바로 그 사람이란 것을 바로 알았다”면서 “사람이 연결될 때 공식으로 말할 수 없는 마법 같은 것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행운에 맡기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데이트 전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