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출산율 제일 낮은 동아시아 4국의 주택문제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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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에 한국은 출산율이 가장 빠르게 떨어진 나라

한국을 비롯해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렸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공업화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 4개국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네 마리의 용이 최근 유독 맥을 못추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인구문제에서다. 저출산은 아프리카와 중동아시아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4개국의 저출산 경향은 유독 두드러지며, 특히 한국은 88올림픽 이후 네 마리의 용 중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출산율이 가장 빠르게 떨어진 국가이기도 하다.

이 4개국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의 강력한 통제 아래 교육을 장려하고, 세금을 낮추고,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를 최소화하는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급속도로 발전한 압축 성장으로 개인과 사회의 피로도가 높아져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적인 전통이 남아있어서 이것이 현대적 가치관을 가진 젊은 세대와 충돌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 4개국 중 가장 선진화된 싱가포르만 보더라도 이 나라의 국부라고 평가받는 리콴유(이광요)는 생전에 공개적으로 “아시아인들에게는 민주주의가 맞지 않고 가부장적 독재주의가 맞다”는 주장을 해서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주장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결혼, 출산 안해

이런 국가적인 특성과 사회적 분위기 등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저출산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과도한 집값 문제가 결혼하기 어렵게 만들고, 그 결과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인식 및 욕구 조사」(2016)에 따르면 미혼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자기발전을 위해서(35.9%), 집 장만이 어려워서(14.8%), 고용 불안정(12.7%), 결혼과 일 병행이 어려워(11.8%) 등으로 기타(24.8%)을 제외하면 집 문제와 고용 불안정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201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201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201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201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모건 스탠리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주택청(HDB)이 공급하는 신규 공공주택의 규모는 1997년 이후 점차 감소하고, 분양가는 계속 올라간 것이 초저출산의 한가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결혼해서 살 집을 구하는 것은 이들 4개국 젊은이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 공공주택 개념으로 다양하게 지원하는 싱가포르와 홍콩

그렇다면 이들 4개국은 주택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주택공급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소개된 싱가포르의 주택 우대정책을 보면 크게 두가지다.

기혼자녀 우대정책(Married Child Priority, MCP)은 기혼 자녀와 부모가 같은 집 또는 이웃에 거주하여 연로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약혼자(녀)의 경우에도 이 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부모와 자녀가 5년 간 같은 아파트 또는 이웃에 거주해야 한다.

이 제도에 대해 LH토지주택연구원의 진미윤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특유의 가족주의 복지 문화를 주거정책과 엮어낸 싱가포르형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는 3자녀 우대 정책(Third-Child Priority, TCP)이다. 공급가능한 아파트의 5%는 TCP 지원자에게 할당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홍콩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처음부터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했고, 그 결과 홍콩 인구의 약 30%가 홍콩 주택청(HKHA : Hong Kong Housing Authority)에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1950년부터 홍콩 정부는 양적 공급확대와 주택의 효율적인 배분을 목적으로 주택정책을 추진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정부는 저소득층 이하를 대상으로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주택 공급, 임대료 지원)과 효율성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공공임대주택(PRH : Public Rental Housing)은 소득수준, 재산상태, 나이 등 신청인의 기본적인 자격기준 원칙하에 노인가구, 1인가구 등 신청인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다양한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 주거문제 해결 위해 거리로 뛰어나온 대만 시민들

대만의 출산율은 한국보다 더 낮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은 220위(1.25명), 대만은 222위(1.12)명이었다. 대만도 최근 10여년 동안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대만은 집값이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수도인 타이베이의 경우 2005년에 한화로 약 4200만원이었던 집값이 2014년에는 9800만원으로 10년 새 2배 이상 값이 뛰었다.

타이베이 집값 상승추이 그래프 *출처(타이베이 무역관 블러그)
타이베이 집값 상승추이 그래프 *출처(타이베이 무역관 블러그)

또한 대만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주택 개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만 시민들은 이런 열악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로 뛰어나왔고, 그 대표적인 예가 1989년의 민달팽이 운동이다.

대만의 주거문제를 연구해온 NGO 단체 OURs(도시개혁조직 The Organization of Urban Re-s)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주택정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청년들을 지옥고에서 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 선보여

우리의 경우도 나머지 세 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지하, 옥탑방, 고시원, 이 세 단어의 앞글자를 딴 ‘지옥고’가 청년들의 주거난을 상징하는 신조어이다. 그만큼 청년들에게 집 문제는 이제 아예 해결조차 포기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청년들의 주거난이 저출산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주거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 생애 최초 신혼부부 전용 주택구입 대출(디딤돌 대출), 반지하·고시원·옥탑방 탈출을 위한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 대출 등 젊은 세대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다수의 지원책을 추진해왔다.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 또는 혼인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에게 시세 50% 이하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며, 디딤돌 대출은 혼인 5년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결혼예정자 중 부부합산 연소득이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 한해 지원하는 대출 상품으로, 지난해의 경우 무주택 신혼가구 3만 7천쌍이 디딤돌 대출을 이용했으며 총 대출액은 5조1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은 만 19세 이상 만 25세미만 청년 단독 세대주에게 임차보증금의 80%로 3500만원까지 전세자금을 대출해준다.

또한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과 노년층,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으로 공급 물량의 80%를 청년층에 할당하고 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공급하는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월세가 저렴하고, 6개월부터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난해 도입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기존 청약보다 높은 최대 3.3% 이자, 이자 소득의 500만원까지 비과세 적용의 혜택이 있으며, 만 19~34세, 연소득 3천만원 이하 청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 눈길 끄는 전주형 사회주택

지역의 경우, 주거권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전주시의 주거복지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주거복지과를 신설해서 효율적인 주거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와 민간단체가 합동으로 ▲계층통합형 사회주택인 ‘팔복동 추천’ ▲청년 사회주택인 ‘완산동 달팽이집’ ▲여성안심 사회주택인 ‘중화산동 청춘101’ 등 다양한 전주형 사회주택을 공급해왔다.

한편 지난 4월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광양·곡성·구례)은 신혼부부의 생애최초 주택구입 취득세 경감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인화 의원은 “최근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신혼부부들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시기는 갈수록 늦어지는 등 신혼부부의 주거 여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라며 “신혼부부 취득세 경감 규정이 연장된다면 주거 여건 개선과 경제적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로 끝나는 신혼부부 취득세 경감 혜택이 2022년까지 3년 연장되어 신혼부부의 주거 여건 개선과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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