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 부당인사 논란

홍원식 회장 녹취록을 보도한 SBS 뉴스 영상 캡처
홍원식 회장 녹취록을 보도한 SBS 뉴스 영상 캡처

대리점 갑질과 유제품 코로나19 억제 효과 과장, 매각 번복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이 이번에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여성 노동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2년 광고팀에 입사한 A씨는 6년 만에 최연소 여성 팀장이 됐고, 2015년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는 1년 육아휴직 후 복귀한 A씨를 사전 통보 없이 보직 해임해 A씨는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다.

이에 A씨가 노동위원회에 부당 인사발령 구제신청을 내자 회사는 A씨를 물류센터로 발령을 내더니 그 후 1년도 안 돼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천안의 물류창고로 발령을 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홍원식 회장이 A씨의 부당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SBS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다. 이 녹취록에서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눈에 보이지 않은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해”,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한계선상을 걸으라 그 얘기야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이 아닌 선에서 A씨를 최대한 압박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인사발령이 업무상 필요했고 생활상 불이익도 없었으며 협의 절차도 거쳤기에 정당하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녹취록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1970년대 장안의 화제였던 우량아 선발대회를 후원하는 등으로 인지도를 쌓아 분유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이후 우유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치즈 등 유제품, 커피, 음료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남양유업의 모태는 아기들이 먹는 분유이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주요 소비자인 셈이다. 엄마들이 분유와 우유를 사준 덕에 성장한 회사가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엄마 직원을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보직을 빼앗고,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비윤리적인 작태를 벌였다.

출처-맘 카페 댓글 캡처
출처-맘 카페 댓글 캡처

홍 회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맘 카페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네 분유 회사 맞냐?”, “같은 워킹맘 입장에서 정말 열받네요”, “남양이 또 남양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 등의 날선 반응이 대부분이다.

출산한 여성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자녀가 만 9세가 되는 날의 전날까지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홍 회장은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사용했던 직원을 괴롭혔던 것이다.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육아지원제도가 확충되고 있는데도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출생아 부모의 당해년도 육아휴직 사용자는 68863명으로 2010(45182, 11.5%)에 비해 52.4% 증가했으나 사용률은 2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임신, 출산을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분명 불법인데도 그런 일이 노동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사용을 불허하거나 사용한 직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다.

문제의 남양유업은 2013년 여직원에게 결혼출산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해 여성단체들이 홍원식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 3월 임신·출산·육아 관련 직장 내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했는데, 임신한 직원에게 퇴사 강요,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부당하게 해고,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시 유·무형의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 등이 많았다. 제보자들은“10년을 일했는데,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출산휴가를 논의하던 중에 해고를 통보받았다”, “육아휴직 후 부당한 대우와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당시 직장갑질 119법이 보장한 출산 전휴 휴가,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용자는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을 거부하는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500만원이면 벌금 낼 각오를 하고 육아휴직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액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처벌 수위가 약하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9일 열린 국회 상무위원회의에서 육아휴직 후 돌아온 노동자를 휴직 전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직무로 복귀시키지 않아도 그 대가가 고작 ‘500만원 이하 벌금인 현행법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대한민국 직장에서 결혼·임신·출산·육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어떤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입사 후 임신한 직원에게 몰래 임신한 사기꾼이라고 말하며 퇴사시킨 원장님,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의 책상을 치운 회장님이 있는 한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남양유업의 A씨는 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패소해 현재는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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