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문화 다시보기 8】 결혼식에 신랑신부가 없다?
【결혼문화 다시보기 8】 결혼식에 신랑신부가 없다?
  • 윤지수 기자
  • 승인 2019.06.2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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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인맥으로 채워진 하객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외국인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한국의 결혼식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한 외국인은 한국 결혼식에서 가장 특이했던 점 몇가지를 얘기한 적이 있다.

결혼식이 끝나기 전에 식사하기 위해 식장을 나가는 하객들, 주례가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약력 소개가 너무 길었던 것, 축의금을 내기 위해 접수대에 하객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 등이다.

외국인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한국 결혼식의 이런 부분은 틀에 박힌 한국식 예식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하객들이 신랑신부의 지인보다는 부모님 인맥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에야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파격적인 결혼식도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결혼식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여전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부분이 남아있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크고,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가족혼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결혼 당사자인 신랑신부보다 부모의 존재가 더 부각되기도 한다.

부모의 하객들이 많이 참석하다 보니 결혼식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면서 신랑신부를 축하하는 것보다는 혼주인 부모와 인사하고,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과 안부를 나누느라 결혼식장은 늘 소란스럽다. 심지어 식 중간에 사람들의 출입이 많아서 식의 진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한국갤럽의 결혼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식의 개선할 부분에 대해 호화, 사치 결혼식(31%)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형식적인 결혼절차(11%)가 그 뒤를 이었다.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한국갤럽, 응답자: 19세 이상 미혼남녀 1,224명 )
ⓒ웨딩TV -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방송 ,건강한 결혼문화를 선도하는 언론 (자료 : 한국갤럽, 응답자: 19세 이상 미혼남녀 1,224명 )

 

 

●  허례허식적, 형식적인 부분 줄이고, 결혼식의 의미 살리는 방향으로

결혼식에서 지루하다고 꼽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주례사이다.

주례자는 신랑신부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과 덕담을 해주는 역할로 신랑신부나 부모가 존경하는 은사나 선배에게 청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혼식은 남성 주례자가 일반적이고, 이는 지위와 명망이 있는 남성이 주례를 해야 한다는 권위적인 전통의 잔재이다.

요즘도 부모의 지인 중에 명망있는 사람이 주례를 맡는 경우가 많다. 주례의 유명세를 강조하기 위해 소개가 길어져서 하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부모의 인맥으로 주례를 맡는 경우 신랑신부를 잘 몰라서 형식적인 주례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주례 없는 결혼식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적인 요소를 없애고 신랑신부를 축복하는 결혼식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신랑신부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양가 부모님이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때로는 신랑신부의 친구들이 작은 공연을 해서 흥을 돋우기도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들도 많고, 여성가족부에서는 작은 결혼 정보센터(www.smallwedding.or.kr)를 운영하면서 무료 예식장, 무료 주례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작은 결혼식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작은 결혼식이라고 하면 당황스러워한다. 부모 역할이 줄어드는 것도 마땅찮고, 여건상 초대하지 못하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해명을 해야 하고,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지 못할까봐 걱정도 한다.

그래서 특급호텔에서 하객수를 줄여서 호화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은 결혼식에 대한 세대간 합의가 되지 못해서 또 하나의 갈등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결혼식을 부모 중심으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한국적 관습의 결과이다.

【서울-웨딩TV】 윤지수 기자 paula.y@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