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조두순 사건도 심신미약으로 무기징역→12년형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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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 관악구에서 여중생을 흉기로 위협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재판장 이현우)는 지난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상해 및 형법상 상해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 A씨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당시 밤 10시쯤 B양을 뒤따라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입을 막은 채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반항하는 B양의 머리를 주차장 벽에 수차례 부딪히게 했다. 그렇게 B양을 제압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40대 여성 행인 C씨가 범행을 목격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자 C씨에게 주먹을 휘두른 뒤 달아났다. C씨는 뇌진탕을 얻어 1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구속된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A씨의 불우한 성장과정을 근거로 양형 조사절차 회부를 신청하겠다 밝혔으나 재판부는 평소 성장 과정과 관련된 정신과 치료 기록 등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철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달라는 A씨 변호인 요청에 따라 내년 125일 한 차례 공판을 더 연 뒤 사건을 종결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심신미약이다. 건장한 20대 남성이 어린 여학생을 위협해 강간을 시도해놓고 법정에서 심신미약이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또 목격된 것이다.

범죄자들은 형 감형을 위해 주로 심신미약을 주장한다. 심신미약은 주요 감형 사유이기 때문이다.

형법 제10조 제2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부족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형범 제51조에 따라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이나 지능과 환경 등을 참작해야 한다.

피해아동인 나영이가 심리치료 과정에서 조두순의 처벌을 바라며 그린 그림(출처-네이버 블로그)
피해아동인 나영이가 심리치료 과정에서 조두순의 처벌을 바라며 그린 그림(출처-네이버 블로그)

20088세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혔던 조두순은 법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취해서 미쳤었나 보다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줄곧 주장했고, 법원은 조씨의 나이가 고령(1952년생으로 당시 불과 56)이며, 평소 알콜중독과 통제불능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008년 당시의 형법(102)은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반드시 감형해야 하는 강행규정이었다. 2013년 함께 모텔에 투숙한 직장동료의 생식기에 손을 집어넣어 과다출혈로 사망케 한 사건, 2014년 부산에서 10대 발달장애인이 3살 영아를 3층에서 던진 사건, 2016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2018년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냈던 안인득 사건 등이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았다.

2018<한국심리학회지:> 9권에 실린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1심에서 피고인이 심신장애를 주장한 사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총 1597건이었고, 법원이 인정한 사례는 2014106, 2015106, 201693건으로 총 305건이었다.

이렇게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사례가 계속 나오자 국회는 201810월에 일명 김성수법’(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수법의 골자는 형법 제102항의 감형한다는 의무조항을 감형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성수(출처-네이버 블로그)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성수(출처-네이버 블로그)

김성수는 2018년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칼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후 우울증 병력을 내세워 심신미약을 주장한 바 있다. 김성수의 감경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1192천여명이 참여했다. 김성수법은 그해 1129일 국회를 통과했다.

또 조두순의 음주 감형 판결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확산되면서 국회는 2012년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 감형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개정 조항을 신설했다. 성폭력특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0조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2조제1항제1호의 죄는 제외한다)를 범한 때에는 형법10조제1항ㆍ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술 먹어서 기억 안난다등의 심신미약 주장은 여전히 범죄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지난 6월 대전에서는 20대 남성 D씨가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마구 폭행하고 성폭행 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D씨가 숨진 의붓딸을 친딸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조차 말 못하는 짐승에게도 못할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는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분노할 정도로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D씨는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D씨 변호인은 술을 마셔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정황상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범행이 계획된 것이 아니며, 과도한 채무와 부양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만취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달라 호소했다.

D씨는 지난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하늘에 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어떤 형벌도 달게 받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사람이 한편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D씨가 흘린 눈물의 진정성은 본인이 알겠지만, 악어의 눈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대전지법에는 D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7백 장 넘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D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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