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라 신고 못하고, 쉽게 부를 수 있어 범죄에 취약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노래방 도우미를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4일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살인을 저지른 강윤성(56)에게 희생된 여성 2명도 노래방 도우미였다.

강씨는 지난 5월 교도소에서 가출소한 후 서울 송파구 일대 노래방을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지난 826일 노래방에서 알게 된 B(40대 후반)를 살해하고 이후 B씨의 신용카드로 스마트폰 4대를 구입해 되팔았다. 사흘 후인 29일 강씨는 역시 노래방 도우미였던 C(50대 초반)를 살해하고 몇 시간 후 경찰에 자수했다.

노래방 도우미가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 서남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살해한 여성 7명 중 3명이 노래방 도우미였고,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불과 10개월 동안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했는데, 그 중 11명이 노래방 도우미나 출장안마사여서 노래방도우미 살인마로 불리기까지 했다.

무허가 직업소개소, 속칭 보도방이나 생활정보지 광고 등을 통해 모집되는 노래방 도우미의 영업 행태는 불법이다. 유흥업소가 아닌 노래연습장에서는 유흥종사자를 고용·알선하거나 호객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밤새 영업을 하고, 취객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고, 손쉽게 불러낼 수 있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법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노래방 도우미들은 범죄 피해를 당해도 쉽게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4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3~40대 여성 32명이 성폭행당하고 금품을 빼앗기는 사건이 있었지만, 이들 중 단 1명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아니, 신고하지 못했다. 범인들은 노래방 도우미들이 쉽게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약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또 뜨내기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갑자기 사라져도 주변에서 관심을 갖거나 의심하는 경우가 적다. 강윤성이 첫 번째 살인을 한 후 사흘 동안 희생자인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노래방은 전국에 3만 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화성, 대전, 인천, 전주, 부천, 청주, 성남 등에서 노래방 도우미들을 연결고리로 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노래방에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그들 중 상당수가 도우미들을 찾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는 분명 근절되어야 할 영업행태지만,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범죄에 노출된 노래방 도우미 등 유흥 종사자들의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성노동자 인권의 상징인 '붉은 우산'(출처-SWOP-USA)
성노동자 인권의 상징인 '붉은 우산'(출처-SWOP-USA)

지난 17일은 국제 성노동자 폭력 종식의 날(International Day to End Violence Against Sex Workers)’이었다. 1982년부터 1988까지 49명의 성노동자 여성을 살해한 미국의 연쇄살인범 게리 리지웨이가 20031218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재판 하루 전인 1217일에 성노동자 지원단체(SWOP-USA)가 이 날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노래방 도우미를 비롯한 성노동자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나. 많은 성노동자들이 여전히 취객을 상대로 영업하고, 신원이 확실치 않은 손님과 2차를 나가고 있다. 이들이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고,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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