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한 어제의 오늘-2013년 1월 5일

생후 2개월 된 아들이 자폐아인 걸로 의심해 살해한 여성에 대해 법원은 산후우울증을 인정했다. 2013년 1월 5일의 일이다

김모(30)씨는 앞서 두 차례 유산 끝에 임신을 했는데, 풍진 항체가 높게 나온 임신 전 검사로 인해 임신 기간 내내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임신 중에 풍진에 감염되면 지능 장애, 각종 기형 등을 유발하는 선천청 풍진 증후군을 가진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

20126월 아들을 출산한 후 김씨는 손과 다리를 떠는 아들이 자폐아라는 의심을 하면서 극심한 자살충동과 산후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김씨는 그 해 8월 생후 1개월 26일 된 아들의 목을 눌러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는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 1년에 고아원·장애인시설 봉사활동 320시간, 심리치료강의 8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부모라고 해도 무고한 자녀의 생명을 임의로 거둘 수 없다면서도 산후우울증으로 심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자신의 어린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므로 형벌보다 더 큰 고통을 추가로 받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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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우울감은 산모 대부분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산모에 따라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병으로 이행되기도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34%는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세계기분장애학회지 연구에서 산후우울증을 겪는 60%의 여성이 영아에 대한 공격 강박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2019년 베트남 출신 A(25)는 생후 13일된 딸을 안고 8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딸은 사망하고 A씨는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타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던 A씨에게 육아는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베트남에 있던 어머니와 할머니를 한국으로 불렀지만, 그들은 금전을 요구하며 A씨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 이후 극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던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렇듯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는 아이에 대한 공격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출산 후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기를 낳으면 모성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다. 모성이 갖춰지고 엄마의 마음을 갖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엄마는 이래야 한다”, “엄마니까 참는 게 당연하다이런 말들로 엄마로 적응해가는 과정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자칫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산모들 가운데 42.7%가 산후 우울증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전·산후 우울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해 128,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산전·산후 우울증 지원 확대를 위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각 권역별로 임산부 심리상담센터가 설치되어, 산모가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인하여 우울이나 불안 등 심리적 증상, 즉 산전·산후 우울증을 겪는 경우, 이에 대한 검사와 상담·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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