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도바, “뜬금없다”對 “왜 남성 조각상만 있나?”찬반 팽팽

이탈리아 파도바시의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출처-위키피디아)
이탈리아 파도바시의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출처-위키피디아)

엘레나 루크레지아 코르나로 피스코피아(Elena Lucrezia Cornaro Piscopia, 1646-1684)는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탈리아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나타냈던 피스코피아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을 받던 시대였음에도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뤘고, 여러 학회에 초청받아 남성 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피스코피아는 1678년 이탈리아 북부의 파도바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래는 신학 학위를 원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대신 철학 학위가 허용됐던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파도바시()에서 피스코피아의 조각상을 프라토 델라 발레(Prato della Valle) 광장에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이 광장에는 18세기에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와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 그리고 몇 명의 교황을 포함해 모두 남성인 88명의 조각상을 세웠다. 당시 파도바시와 관련된 역사적으로 저명한 인물의 조각상을 세우는 이 계획에 피스코피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1797년 나폴레옹 군대가 베니스 공화국을 점령한 후 베니스 총독 10명의 조각상이 파괴됐는데, 그 중 8명은 오벨리스크로 복원됐고 아직 2개의 동상 받침대가 비어있는 상태다.

파도바 대학에 피스코피아를 기리는 조각상이 있기는 하지만, 두 명의 시의원이 현재 광장의 비어있는 받침대에 피스코피아의 조각상을 놓자고 제안했다. 두 의원이 시의회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광장에 있는 조각상들이 모두 예외 없이 남성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적혀있다.

이에 앞서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단체인 미 리코노시(Mi Riconosci)’는 이탈리아 전국의 공공공간에 세워진 이탈리아 인물들의 조각상을 조사해 그 중 여성은 148명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리코노시의 예술사학자인 페데리카 아르코라시(Federica Arcoraci)“1776년의 광장 규정이 성인(聖人)과 현재 살아있는 인물, 그리고 시와 관련 없는 인물의 조각상은 금하고 있지만, 여성을 금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시의원의 제안은 논란을 일으켰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피스코피아의 조각상을 광장에 두는 것은 광장 역사를 비춰볼 때 뜬금없는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파도바 대학 역사학과의 카를로 푸미안(Carlo Fumian)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푸미안 교수는 이런 비용이 많이 들고 기괴한 생각이 트렌디 할지는 몰라도 문화적으로 부합하지는 않는다면서 대신 파도바 대학에 득의양양하게 서 있는 피스코피아의 조각상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또 예술사학자 다비드 트라마린(Davide Tramarin)비어있는 2개의 받침대는 나폴레옹 군대의 역사적인 파괴를 상징하도록 비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브리지오 마가니(Fabrizio Magani) 파도바시 문화유산 감독관은 제안을 고려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다 최근의 여성이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파도바시의 저널리스트 레오나르도 비손(Leonardo Bison)시의 중요한 인물에 대한 조각상을 만들자는 제안이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하면서 피스코피아보다 덜 중요한 남성들의 조각상이 광장에 있는데, 그녀의 조각상이 없다는 것이 놀랍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웨딩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