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에나멜⦁DNA분석 등 고고학의 획기적인 성별구분법

출처-Archeomodena
출처-Archeomodena

이탈리아 '모데나의 연인들'과 치아에나멜 분석

지난 2009년 초여름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시 주거지역의 한 건설현장에서 1500년 전 고대 로마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묘지가 발견됐다. 묘지에는 11개의 무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다른 무덤들과 달랐다.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있는 두 사람의 유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유골은 남녀로 추정돼 모데나의 연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당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두 유골의 성별은 뼈만으로 확신할 수 없었다. DNA 분석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데이터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그 후 10년 동안 이 유골의 성별이 남녀라는 판단은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다가 2019, 볼로냐 대학(University of Bologna) 연구팀이 치아 에나멜의 단백질을 이용해 유골의 성별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법을 모데나의 연인에 사용해봤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유골의 성별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제 이 커플은 5세기의 동성애 관계를 보여주는 근거가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고고학에서 진행 중인 성 구별 혁명의 일부일 뿐이다. 수십년 동안 고고학자들은 사람 유해의 성별을 구별하는 데 뼈의 모양과 무덤 속 부장품 등에 의존했지만, 최근 5년간 새롭고 정교한 방법으로 기존의 연구된 일련의 성별판단이 뒤집혔다.

스웨덴 비르카의 바이킹 무덤과 DNA분석

바이킹 여전사 무덤 발굴 당시 현장 스케치(출처-위키피디아, Stolpe, 1889)
바이킹 여전사 무덤 발굴 당시 현장 스케치(출처-위키피디아, Stolpe, 1889)

고고학에서의 성별 논란은 스웨덴 비르카(Birka)에서 발견된 무덤 속의 바이킹 전사에 관한 2017년 논문에서 시작됐다. 이 무덤은 19세기부터 알려져 있었고 남성이 묻혀있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웁살라 대학(Uppsala University) 연구팀이 유골의 DNA 샘플을 검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비르카의 바이킹 전사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여성전사는 바이킹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칼과 같은 무기는 남성의 무덤에서, 보석은 여성의 무덤에서 나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비르카 무덤의 유해가 여성이라면 무기와 전사라는 지위는 다시 평가돼야 했다.

미국 산톤 다운햄의 바이킹 무덤과 DNA 분석

어쨌든 부장품을 통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개념은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편향될 수 있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이는 1867년 미국 노르포크(Norfolk)의 산톤 다운햄(Santon Downham)에서 발견된 바이킹 무덤처럼 한 무덤에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모두있는 경우 특히 그렇다.

영국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가레스 윌리암스(Gareth Williams)대부분의 문헌들은 이 무덤이 두 사람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한 구의 유해뿐이었다. 두 사람의 무덤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 사람의 무덤이라는 설명이 더 와닿았다.

없어졌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유해가 발견되지 않는 한 진실은 불확실한 것으로 남을 것이지만, 이와 비슷한 무덤에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핀란드 중세 무덤 유골의 DNA 분석

지난 해 8, 핀란드 투르쿠 대학(University of Turku)의 울라 모일라넨(Ulla Moilanen) 연구원은 칼을 쥐고 여성복장을 한 유해 한 구가 묻혀있는데도 두 사람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있어 온 핀란드 중세시대의 무덤을 분석했다.

DNA 분석 결과, 무덤의 성염색체는 XXY인 사람의 것으로 판명됐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고 하는 XXY 성염색체는 외모는 남성이나 남성의 성징을 갖지 못한다. 모일라넨 연구원은 남성처럼 보이는 사람이 여성 옷을 입고 보석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출처-위키피디아
출처-위키피디아

한편 모데나의 연인을 분석했던 볼로냐 대학의 루글리 연구원는 이탈리아의 다른 연인들무덤을 살펴볼 계획이다. 고려하고 있는 곳은 만투아 구립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된 발다로의 연인들(Lovers of Valdaro)’이다. 6000년이 된 이 커플은 각자의 팔을 가슴에 대고 서로 마주보고 누워있는 모습이다.

처음 발견됐을 때 이들의 성별은 골학(osteology)으로 판별했는데, 이는 뼈에 대한 육안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아직까지도 가장 일반적인 남녀구별 기법이다.

그러나 이 기법은 완벽하지 못하다. 남녀의 골격은 사춘기가 지나야 그 차이가 확실해지며 청소년의 골격은 애매하기 때문이다. 또 골격이 완벽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고, 골반과 같은 주요 뼈대 없이는 성인의 경우에도 골학의 신뢰성은 많이 떨어진다.

발다로의 연인들은 사망 당시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여성과 아마도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골학검사는 현대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치아에나멜 분석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유인원 '루시' 유골(출처-위키피디아)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유인원 '루시' 유골(출처-위키피디아)

이런 연인들외에도 앞으로 성별이 드러날 또 다른 두 그룹의 무덤이 있다. 하나는 인간이 속해있는 살아있거나 멸종된 유인원이다.

더럼 대학교(Durham University)의 생물고고학자 레베카 고우랜드(Rebecca Gowland) 교수는유인원의 경우 골격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성의 일부분들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974년 에피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Lucy)’라는 유인원 유골은 골반 반쪽으로 성별을 판단한 것이다.

유인원에 대한 DNA 분석이 가능하지만, DNA가 분석할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된 경우에는 애매해진다. 이 때 치아 에나멜 검사가 진가를 발휘한다. 이 기법을 개발한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고우랜드 교수는 “DNA 검사에 비해 에나멜 검사는 적용범위가 넓다고 말한다.

성별을 구별할 또 하나의 무덤 그룹에는 어린이들이 있다. 지난 해 12월 미국 덴버(Denver) 소재 콜로라도 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의 연구팀이 1만년 된 여아의 성별을 치아에나멜 기법으로 밝혀냈다. 이 여아는 조개와 돌 목걸이로 가득 찬 무덤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중석기시대에는 아기들, 특히 여아들이 귀하게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고고학자들은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다시 만들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의 가델라 박사는 각각의 무덤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고 하면서 그들은 살아있었던 인간들이고 자신들만의 삶이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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