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동성폭행 살인사건 이후에도 끔찍한 아동성범죄 이어져

2006년 용산 아동성폭행 살인사건의 범인 김장호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출처-네이버 블로그)
2006년 용산 아동성폭행 살인사건의 범인 김장호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출처-네이버 블로그)

222일은 2006년에 발생한 용산 아동성폭행 살인사건을 계기로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2007년에 제정한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올해로 16회째다.

2006218, 용산구 용문동에 살던 허미연(당시 11)양이 집 앞 비디오 가게에 비디오 테이프를 반납하러 나간 후 실종됐다. 허 양은 실종 신고 16시간 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공터에서 온 몸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인근 신발가게 주인 김장호(당시 53)로 밝혀졌다. 김 씨는 비디오를 반납하러 가는 허 양에게 호떡을 주겠다고 가게 안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허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아들과 함께 허 양의 시신을 발견장소로 옮겨 불태웠던 것이다.

김 씨는 함께 구속된 아들의 선처를 호소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성범죄 등 전과 9범인 김 씨는 20056월 술집에서 5세 여아를 부모가 보는 앞에서 강제추행 해 같은 해 9월 징역1,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5개월 만에 다시 아동 성범죄, 그것도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김 씨는 무기징역, 아들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을 정도로 그 여파가 컸다. 이후 여성가족부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용산 사건 1주년을 계기로 2007년 허 양이 다녔던 서울 용산 금양초등학교에서 1회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행사를 개최했다.

용산 사건은 아동 성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출처-tvN ‘알쓸범잡2-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방송화면 캡처
출처-tvN ‘알쓸범잡2-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방송화면 캡처

지난 13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2-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에서는 지난 2012년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고종석 아동 성범죄 사건을 다뤘다. 이 사건은 당시 24살이던 고종석이 이웃에 살고 있는 피해자 A(당시 7)의 집에 들어가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를 시도한 뒤 방치한 사건이다.

고종석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성 충동 약물치료 5, 전자발찌 부착 30년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를 명령한 사례였다.

전직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는 일반 성범죄와는 달리 아동 성범죄자 대부분이 평소 피해 아동과 안면이 있는 동네 아저씨, 동네 오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허 양 역시 이웃의 신발가게 아저씨가 호떡을 준다고 하니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 들어갔다가 다시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된 지 올해로 15년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동 성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해졌나를 생각하면 그동안 발생한 많은 아동 성범죄 사건이 떠오른다.

20071225일 경기도 안양시에 살던 이혜진(당시 11)양과 우예슬(당시 8)양이 실종됐다. 그로부터 17일 후인 311일 땅에 묻혀있는 이혜진 양의 시신이 발견됐고, 혜진 양의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곳에 살던 정성현(당시 38)이 검거됐다. 정 씨의 자백으로 318일 우예슬 양의 사체가 토막난 상태로 잇달아 수습했다.

정 씨는 사건 당일 피해 아동들에게 안양 시내를 구경시켜 준다고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 후 인근 수원의 야산에 암매장했던 것이다. 정성현은 2009년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200812월 경기도 안산에서 조두순(당시 56)이 피해 아동(당시 8)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조두순은 법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취해서 미쳤었나 보다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줄곧 주장했고, 법원은 조 씨의 나이가 고령(1952년생으로 당시 불과 56)이며, 평소 알콜중독과 통제불능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로 범죄의 잔혹성에 비해 형량이 미약하는 반발이 거셌고, 심신미약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두순의 음주 감형 판결 이후 국회는 2012년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 감형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개정 조항을 신설했다.

도주한 김길태를 찾는 수배전단(출처-네이버 블로그)
도주한 김길태를 찾는 수배전단(출처-네이버 블로그)

201037일 부산 사상구에서 여중생 이모(당시 13)양이 실종된 지 11일 만에 이웃집 물탱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양의 몸에서 발견한 DNA를 근거로 김길태(당시 33)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고, 시실 발견 3일 만에 검거됐다.

당시 이 양이 살던 지역은 재개발 구역이라 빈 집이 많았다. 김길태는 이 양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창문을 통해 침입해 이 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후 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한 것이다.

김길태는 앞서 1997년에 9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교도소에서 3년을 있었고, 2001년과 2010년에는 각각 30대와 20대 여성을 납치해 자신의 집에 감금한 채 성폭행한 혐의도 있다. 김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2년 통영에서는 김점덕(당시 44)이 이웃에 사는 초등생 여아(당시 11)를 남치해 성추행하다 저항하자 살해했다. 김 씨는 2005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피해자가 저항하자 둘로 수차례 내려쳐 상해를 입혀 재판을 받았다.

이웃에 사는 11세 여아를 살해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목격자 인터뷰를 했던 김점덕(출처-MBC 자료화면)
이웃에 사는 11세 여아를 살해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목격자 인터뷰를 했던 김점덕(출처-MBC 자료화면)

김 씨의 혐의는 7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중형 선고가 가능한 중죄였으나 김 씨가 술에 의한 심신미약을 주장한 끝에 징역 4년이 선고됐을 뿐이다.

당시 형법(102)은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반드시 감형해야 하는 강행규정이었다. 조두순 사건에서도 확인됐듯이 범죄의 위중함과 국민의 법 정서와는 상반되게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사례가 계속 나오자 국회는 201810월에 일명 김성수법’(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수법의 골자는 형법 제102항의 감형한다는 의무조항을 감형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성수는 2018년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칼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후 우울증 병력을 내세워 심신미약을 주장한 바 있다. 김성수의 감경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1192천여명이 참여했다. 김성수법은 그해 1129일 국회를 통과했다.

2017어금니 아빠이영학이 14세 딸의 친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의 딸이 친구를 유인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것을 도운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이영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대전에서는 20대 남성 B씨가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마구 폭행하고 성폭행 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조차 말 못하는 짐승에게도 못할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는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분노할 정도로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B씨는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B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은 3월에 진행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법이 개정돼 과거보다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강간하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유사강간을 한 경우에도 최소 7년형에 처해지므로 피해 규모, 사건 정황 등이 반영되면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202011월부터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거나 성추행하는 범죄는 법적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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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법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아동 대상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20209월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발생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161,083, 20171,261, 20181,277, 20191,37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4년을 통틀어 하루 평균 3.4건의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도 20164.4%, 20175.3%, 20186.4%, 20196.3%로 증가하고 있다.

아동들은 위기에 대처할 신체적 능력이나 판단력이 부족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또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카셰어링 어플을 이용한 신종 성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현실과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통한 성범죄로 10대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뛰는 O 위에 나는 O’격이 되지 않게 나날이 악랄하고 교묘해지는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16일 외신은 러시아에서는 아동 성범죄자들을 혹독한 시베리아의 형무소에 가두고 평생 광산에서 노동을 시키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달 맥시코 사법부는 원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유치원 교사에게 징역 494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부언으로 19971230일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마지막 사형이 집행됐다. 23명의 사형수의 형이 집행됐는데, 그 중 한 명인 임풍식(당시 38)19919세 여아를 성폭행 후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30년 전의 법은 그래도 아동 성범죄자에게 엄격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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