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이유

20년 넘게 성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201311월의 일이다.

서울고법 가사3(부장판사 이승영)는 아내 A(68)씨가 남편 B(81)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1968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1980년경부터 성관계를 갖지 못하는 등 불화를 겪어오다 지난 2004년 결국 별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9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던 A씨는 지난 2011"남편의 폭력·폭언과 인격 비하 발언, 성관계 거부 등 때문에 혼인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며 B씨에게 성관계를 갖지 않은 책임과 일부 폭행, 폭언의 책임을 물어 이혼청구를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성관계 부재'를 이혼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관계의 부재가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성관계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성기능 장애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야 하다고 전제하면서 “B씨에게서는 이런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두 사람이 성관계를 중단했을 때 B씨는 50세에 가까운 나이로 전립선암 수술까지 받았다. A씨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치료를 권유했는데도 B씨가 거부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도 황혼이혼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유 중 하나였다.

재판부는 혼인기간이 45년에 이르면서 자녀들과 함께 단란하고 화목하게 지내온 시간이 불화와 반목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점 등도 참작해 이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B씨의 폭력, 폭언 등 사유도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 부족으로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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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혼사유로 성격차이가 가장 많은데, 성격차이가 실은 성적차이라는 말도 있다. 부부의 성생활은 은밀한 부분이다 보니 이를 드러내놓고 얘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격 차이로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관계 부재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들이 많은데, 법원에서 이를 인정받기는 어렵다. 성적 불만을 이혼사유로 연결시키거나 성관계 부재나 불만이 일시적이거나 회복가능하다면 법원은 이혼을 불허하는 입장이다.

앞서 2009년에는 10년 가까이 아내와 성관계 없이 살던 남편이 이혼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성관계 없이도 원만하게 결혼생활을 해온 기간이 길고, 아내가 상담과 치료 등 노력할 의지가 있다. 노력 여하에 따라 혼인 파탄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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