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의 한의학-감자(감저, 甘藷)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삽입된 운문 형태의 약성가(藥性歌)를 중심으로 평소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한의학적 효능을 살펴본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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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藷甘平能救荒 强腎健脾補虛良

감자의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흉년에 빈민을 구한다. 신장을 강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살려주고 허약한 것을 보충한다(방약합편)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자가 전해진 당시에는 구황식물로 널리 이용됐고, 이후 서민들의 주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감자가 갖는 다양한 효능은 실생활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1845년 아일랜드에 감자마름병으로 씨감자마저 사라질 정도로 감자흉년이 들어 100만명이 굶어죽고 이를 계기로 130만 명이 이민을 떠났다는 얘기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감자의 한자인 감저(甘藷)에서 저()는 흔히 참마라고 하는 한약재 산약(山藥)을 의미하며, 방약합편에도 감자의 효능이 산약과 같다고 되어 있다. 산약은 몸이 허약할 때 소화기능을 돕고 기력을 보충하는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한의학에서 맛이 단 약재는 허약해진 몸을 보충해줄 가능성이 있다. 감자에 단맛이 약간 있기도 하지만 감자의 맛이 달다는 것은 보충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신장은 기력의 근간을 이루는 부위이므로 신장을 강하게 해준다는 의미는 기력을 보충해준다는 뜻이라 하겠다.

요즘 건강식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돼지감자는 감자와는 촌수가 멀다.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돼지감자는 국화과에 속하며 한약재명은 국우(菊芋). 감자는 가지과에 속한다.

옛날에 주식인 미곡류의 흉년으로 딱히 먹을 것이 없어 몸이 허약해져 있을 때, 감자는 소화기능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었기에 위와 같은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 다른 음식이 풍부한 시대에 허약한 몸을 보충하기 위해 굳이 감자만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영화 '마션' 중(출처-네이버 블로그)
영화 '마션' 중(출처-네이버 블로그)

감자는 식물의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이중결합질소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중결합질소가 거의 없어도 키울 수 있는 작물은 감자밖에 없다. 그래서 감자는 이론상 화성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감자를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르는 감자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굶주린 속을 달래주던 고마운 작물이다. 요즘처럼 먹을 게 풍부한 시대에도 감자는 주식의 자리에서 물러나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는 별미 식재료로 탈바꿈했으니 작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주의사항>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아린 맛을 내는 솔라닌이 들어 있어 독성이 있으므로 먹지 않도록 한다. 감자를 보관할 때는 검은 봉지나 종이봉투에 싸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어야 싹이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보관 시 사과와 함께 보관하면 싹이 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서정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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