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생리대는 필수품” 부가세를 낮추자는 여론 확산
【스웨덴】 “생리대는 필수품” 부가세를 낮추자는 여론 확산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07.0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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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체인점부터 작은 상점까지 자체적으로 부가세 뺀 가격표 붙이는 곳 늘어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세계 최초 페미니스트 정부 자처한 정부는 생리대 부가세 인하 여론 외면해

스웨덴 하면 글로벌 기업 이케아, 스웨덴의 대표 수출품이라고 하는 팝그룹 아바(ABBA), 그리고 ‘높은 세율’이 떠오른다. 그 중 스웨덴의 높은 세금은 악명이 높다. 
지난해 열렸던 러시아 월드컵 출전국 32개국 중에서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최고세율 57.34%인 스웨덴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웨덴은 2004년부터 소득세율 56%대를 유지하다가 2013년 57%로 오른 이후에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낸 세금이 미래에 복지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저항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이런 스웨덴에서 최근 생리대 세금 폐지 여론이 늘고 있고, 일부 매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생리대 가격을 낮춤으로써 정치적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3,300명의 주민이 사는 스웨덴의 작은 동네인 외베칼리스(Överkalix)에서 이카(Ica)라는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라슨(David Larsson)을 소개했다. 

라슨은 미국에서 있었던 생리대 가격 인하 운동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지난 3월말부터 생리대에 부가된 세금 25%를 뺀 가격표를 붙였다. 
“생리대 부가세 25%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건 불공정하다. 여성으로 태어나고 생리를 하는 것은 여성이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나?”

이로 인해 라슨의 가게는 한달에 약 2,000크로나(약 26만원)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그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고, 자기 가게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

 

○개인 트레이너 부가세는 6%인데, 필수품인 생리대는 25%

라슨은 자신의 행동이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어 생리대 부가세 문제가 공론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동안 다양한 캠페인과 시민단체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생리대 부가세는 항상 25%였다.
 
<Mensen(스웨덴어로 ‘생리’라는 뜻)>이라는 단체의 대표인 안토니아 사이먼(Antonia Simon)은  르몽드지를 통해 “스웨덴에서는 이 문제가 우선순위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지난 2018년 <Mensen>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외식업에 대한 부가세 12%와 개인 트레이너에 대한 부가세 6%를 상기시키며, 온라인상으로 생리대 부가세 인하 청원을 했다. 당시 약 6,500명이 서명한 이 청원은 세금폐지, 혹은 2016년 생리대 부가세를 5.5%로 인하한 프랑스처럼 세금을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양성평등부 장관을 만났다. 사회민주주의자인 스테판 뢰프벤(Stefan Löfven)이 이끄는 스웨덴 정부는 ‘세계 최초의 페미니스트 정부’로 자처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관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생리는 금기의 주제이고, 사적이건 공개적이건 논의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측의 평가이다. 

 

○정부의 무대응, 남성들의 무관심,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일”

결국 스웨덴 제일의 약국체인그룹인 예르타(Hjärtat)가 행동에 나섰다. 390여개 체인에서 예르타 상표의 생리대 가격을 25% 낮춘 것이다.
사장인 아니카 스베드버그(Annika Svedberg)는 “우리의 이런 행동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뿐 아니라 생리관련용품의 불공정한 세금 개혁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 생리대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조한 살벤(Johan Salvén)은 스웨덴 남쪽의 대학촌인 룬드(Lund)에 있는 예르타 체인점의 책임자이다. 그는 예르타 상표 생리대 가격 인하에 대해 기뻐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일부 남성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전한다.

살벤은 남성들이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거의 반응이 없었고, 이해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하면서 “나는 딸이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래서 이 일은 우리 모두와 관계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보통 체인점 한 곳에서 이런 캠페인이 시작되면 다른 체인점들도 지체없이 따르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페미니스트 정부가 이끄는 스웨덴에서 생리대 부가세 인하 여론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부의 무대응, 남성들의 무관심을 바꿀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