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의 꿈은 미련보다는 현재의 감정상태
헤어진 연인의 꿈을 꿨다고 하면 혹시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전 연인의 꿈을 꾸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몇 달 전이나 수십 년 전에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강렬한 꿈을 꾸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임상심리학자이며 <팬데믹 시기의 꿈(Pandemic Dreams)>과 <수면위원회(The Committee of Sleep)>의 저자이기도 한 하버드대의 디어드리 바렛(Deirdre Barrett) 박사는 전 연인의 꿈을 꾸게 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바렛 박사는 “사망기일, 헤어진 날 또는 이혼판결이 났던 날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꿈은 현재의 관계들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파트너에 대한 꿈은 여전히 그 사람에게 매달려 있다는 신호라기보다는 현재의 감정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그 상태에 본인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로 생각하라고 바렛 박사는 권했다.
또 “사람이 죽음이나 이별을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생각은 틀리다”면서 “인생은 지속적인 극복의 과정이며, 죽음이나 이별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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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꿈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본다.
통찰력을 제공
앤드류(Andrew, 47세)는 이혼 후 3년 동안 여전히 자신이 전처와 함께 있는 꿈을 꾸었다. 당시 앤드류는 10년 간 결혼생활을 했던 전처를 다시 붙잡을까 고민했었다.
꿈 속에서 그는 여동생을 만나 부모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마당의 피크닉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있는 전처를 발견했다. 그와 여동생은 집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통해 전처를 관찰했다.
앤드류는 “총알을 피했다”라는 느낌을 갖고 깨어났다면서 이후 전처를 다시 만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고 한다.
바렛 박사는 앤드류의 꿈이 그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두고 소위 ‘지속성 가설(continuity hypothesis)’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성 가설’은 꿈 속의 불안감은 현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이론이다.
이어서 “앤드류는 전처와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심지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꿈 속의 무언가가 그의 그런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심리학자이자 <꿈의 해독: 무의식을 열어 현실생활을 변화시키기(Decode Your Dreams: Unlock Your Unconscious and Transform Your Waking Life)>의 저자인 이안 월리스(Ian Wallace)는 앤드류가 꿈에서 본 전처의 차분한 표정과 피크닉 테이블에 대해 놀라면서 “피크닉 테이블은 앤드류가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일들을 수월하게 해결할 기회를 갖고 있음을 상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재결합의 가능성
장거리 연애 문제로 3년간 사귀던 여자 친구와 2014년에 헤어진 자크(31세)는 5년 후 마법학교에서 그녀와 만나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두 사람은 넓은 정원에 있었고 연가 같은 노래가 멀리서 들려왔다. 자크는 여자친구가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면서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마법학교 내의 어느 방에 있었는데, 모든 방들은 마법 주문으로 잠겨있었고, 그 주문은 방안에 있는 사람만이 풀 수 있었다. 그는 노크소리를 들었고 방문을 여니 여자친구가 있었다.
현재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는 자크는 과거에는 여자 친구에 대한 꿈을 거의 꾸지 않았는데, 자신이 마법학교에 있기를 바라면서 꿈에서 깼다고 한다.
바렛 박사는 “방에 있는 사람만이 풀 수 있는 주문으로 각 방이 잠겨있었다”는 것은 자크와 전 여자친구가 갖고 있었던 장거리 연애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마법학교에 있기를 바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은 재결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또“자크가 여전히 재결합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꿈 속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자크가 완벽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월리스는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세한 것에 매달리기 보다는 로맨틱한 관계를 이상화하는 과정에서 마법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에 대한 그리움
저스티(여성, 34세)는 팬데믹 시작 무렵에 한 달에 한두 번 전 남편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2년 간의 결혼생활 후 2014년 이혼했다.
현재 싱글인 저스티는 꿈 속에서 전 남편이 자랐던 지역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거기서 그녀는 전 남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갑자기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전 남편이 결혼하는 여성이 저스티가 아니어서 아쉬워하면서 전 남편에게도 다시 결혼하라고 말했다. 이후 저스티와 전 남편은 단 둘이 남게 되었고,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저스티는 자신과 전 남편이 더 이상 로맨틱한 관계가 아닌데도 꿈 속에서 얼마나 로맨틱했는지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팬데믹 기간에 이 꿈이 시작된 주된 이유는 결혼 당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바렛 박사는 저스티는 이혼 후 2년 동안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새로운 관계는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 꿈은 전 남편 자체보다는 그가 의미하는 시기에 대한 그리움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