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조차 불안한 여성들..안전한 일상은 불가능한가?
내 집에서조차 불안한 여성들..안전한 일상은 불가능한가?
  • 전선이 기자
  • 승인 2019.07.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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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막춘, 곽두팔 같은 쎈 이름 말고

여성 안전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 절실

○ 지난 10년간 성폭력 여성 피해자 무려 130% 증가

제목도 섬찟한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은 여성 안전에 대한 논의를 확대시켰다.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원룸 빌라에 침입하려고 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많은 여성들을 다시 한번 떨게 했고, 우리 사회 여성들의 일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하 통계 여성의 삶)에는 범죄발생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20년 전과 비교해서 △국가 안보 △건축물 및 시설물 △교통사고 △먹거리 등 다른 분야의 불안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범죄 발생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을 느끼는 비율은 1997년 51.5%%에서 57%로 5.5%p 상승했다.

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통계 여성의 삶’에 따르면 성폭력의 여성 피해자는 2007년 12,718명에서 2017년 29,272명으로 10년 간 130%나 증가했다.

어느 성폭력 가해자가 “성폭력 피해여성 1명 뒤에는 신고하지 않은 10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했다는데, 이를 감안하면 실제 성폭력 피해여성은 통계상의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자료제공 : 여성가족부
자료제공 : 여성가족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증가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통계 여성의 삶’에 따르면 올해 여성 1인 가구는 291만4천 가구로 지난해 284만3천 가구보다 7만1천 가구(2.5%) 늘었다. 특히 최근 10년 새 31.4%(69만6천 가구)나 증가했다. 혼자 살다 보니 위급한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남성보다 신체적 방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성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여성 1인 가구의 증가, 불안한 주거환경에서 떨고 사는 여성들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논문집에 실린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여성 1인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11배, 범죄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최근 3년 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같은 주거침입 성범죄만 무려 1000건이 넘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안이 잘되는 안전한 집에 살면 범죄 피해의 위험성이 줄겠지만, 1인 가구 여성 구성원의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여성 1인 가구가 56.9%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 보니 주거비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보안기기나 호신용품 구입 같은 안전비용은 여성들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혼사여(혼자 사는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들이 일상의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성 혼자 산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려고 TV를 크게 틀어서 남자 목소리가 들리게 하거나

"누구세요?" 같은 남성 목소리를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착안해서 낯선 사람이 벨을 누르면 성인 남성 목소리로 변조해서 대답하는 스마트 도어벨도 시중에 나와있다.

‘혼사여 필수템’이라는 것도 있다. 이중 도어, 모형CCTV, 후추 스프레이 같은 용품들이다.

필수템 중에는 제품 외에 택배 주문할 때 쓰는 거친 느낌을 주는 남성 이름들도 있다. 이막춘, 곽두팔 같이 주로 조폭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름들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귀갓길에서, 공중 화장실과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 가장 편안해야 하는 집에서조차 마음을 졸여야 하는 현실은 이제 여성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안전, 법 제·개정 서둘러야

지난 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와대 국민청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청원이 개설된 2017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의 청원 중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답변을 받은 청원은 모두 98개였고, 이 중 39개(39.8%)가 여성과 관련된 이슈였다.

여성 폭력과 안전 분야의 이슈가 가장 많았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여성안전 정책으로 여성안심귀가, 안심택배함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귀가할 때마다 보호를 요청할 수도 없고, 안심택배함의 경우 택배를 가장한 범죄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제도상의 허점도 있다.

일예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자율방범대가 법적 근거가 없어 자율방법 대원의 범죄경력 조회를 하지 않고 있어 최악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에게 여성의 안전을 맡기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자율방법대원의 자격제한을 엄격하게 규정한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고,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3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지만,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 정책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원하는 안전대책은 방범창, 가로등, CCTV 설치 등과 같은 주택환경 개선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혼자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기도 한 거주지의 안전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비상벨 앱 ‘안심전남’을 보급해왔다. 범죄위협이나 피해발생 시 112종합상황실과 보호자에게 피해자 위치정보를 알리는 긴급신고 문자발송 서비스로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경남 진주시는 지난달부터 여성홈방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출입문 등에 감지센서를 설치해 외부인 침입 시 경보음 울림 및 전문보안업체 보안요원 출동 등 전문 방범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아예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를 지원한다. 양천구와 관악구의 여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외부에서 벨을 누르면 집 안에서 모니터로 상대방을 확인, 순간 캡쳐 기능도 되는 ‘디지털 비디오창’, 외부에서 창문이 열리면 사이렌 경보와 지인에게 문자가 전송되는 ‘문 열림센서’, 도어락과 이중잠금이 가능한 ‘현관문 보조키’, 그리고 ‘휴대용 긴급 비상벨’ 등 4종을 지원한다.

다음달 12일까지 자치구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는다.

자료 : 서울특별시
자료 : 서울특별시

 

 
【서울-웨딩TV】 전선이 기자  국내 담당기자 yoj0424@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