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한 어제의 오늘-2002년 4월 15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은 한국 임산부들이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가는 현상을 보도했다. 2002415일이다.

한국에서는 일류대학 입학은 사회적 지위와 안락한 삶의 보증수표로 통하는데, 한국인들의 교육열 때문에 입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서 한국 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군 입대 면제, 좋은 직장 등이 보장되는 미국 시민권을 자녀에게 주기 위해 원정출산을 간다고 타임은 전했다.

원정출산 붐이 일면서 3~4개월짜리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항공료와 출산 전후 머물 아파트 임대료, 한국인을 위한 병원 진료, 아기의 출생증명서와 미국 여권 발급까지 대행해주는 비용은 2만달러(당시 2660만원 정도)

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정 출산이 한해 수천 건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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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프랑스, 캐나다와 함께 국적 속지주의(屬地主義), 즉 출생시민권제를 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1868년 개정된 수정헌법 14조에는미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고,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 잠시 머무는 여행객의 자녀도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이 자동 부여된다.

한국 부모들이 원정출산을 하는 이유는 자녀가 미국 국적을 얻게 되면 미국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아들은 병역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이점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는 국적을 이탈할 수 없도록 한 홍준표법’(국적법)이 제정되면서 병역 면제 목적의 원정출산은 무의미해졌다.

이후 20209월 헌법재판소는 홍준표법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올해 930일까지 개선 법률을 만들어야 하며, 개선입법이 되지 않으면 현행 101일부터 현행 법률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원정출산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시민권 획득을 위해 원정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한 해 4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에서도 원정출산은 출산 관광(birth tourism)’으로 불리며 문제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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