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가는 아빠, 요리하는 아빠...아빠들이 변하고 있다!
기저귀 가는 아빠, 요리하는 아빠...아빠들이 변하고 있다!
  • 윤지수 기자
  • 승인 2019.07.1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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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남성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제반여건 조성 시급

● “남자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육아 아빠의 증가

대학생 딸이 경상도가 고향인 과선배와 사귄다는 말을 들은 한 엄마는 “결혼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귀는 건데도 남자가 너무 보수적으로 굴어서 딸애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는 ‘경상도는 보수적인 지역’이라는 인식이 있다. 흔히 경상도 남자들은 무뚝뚝하다, 가부장적이다, 이런 말들도 많이 듣는다.

이랬던, 이런 말을 들었던 경상도 남자들, 특히 경상도 아빠들이 달라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6일 ‘아빠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지역 남성의 보수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아빠가 자녀와의 소통, 가사에 공동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인데, 올해로 3년째다.

 

【대구=뉴시스】대구시는 지역 남성의 보수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아빠와 자녀가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소통하고 가사에 공동 참여하는 ‘아빠요리 경연대회’를 6일 오전 엑스코 1층 행복관에서 개최한다. 사지은 지난해 대회모습이다. 2019.07.04.(사진=대구시 제공)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대구시는 지역 남성의 보수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아빠와 자녀가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소통하고 가사에 공동 참여하는 ‘아빠요리 경연대회’를 6일 오전 엑스코 1층 행복관에서 개최한다. 사지은 지난해 대회모습이다. 2019.07.04.(사진=대구시 제공) photo@newsis.com

 

경상북도의 ‘아버지 학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육아아빠 120명이 참가한 ‘2019년 경상북도 아버지학교(라떼파파)'는 '자녀를 위한 사랑의 기술 감정코칭', '자녀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기', '우리 식구를 위한 사랑의 기술' 등 자녀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의 아빠의 역할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다.

지난 해 처음 열린 ’아버지학교‘에는 45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육아 아빠들의 관심이 높아서 4대 권역별로 확대 운영된다.

요리하는 아빠, 육아하는 아빠는 비단 경상도 남자들에 국한된 게 아니다. 아빠의 육아참여는 점차 확산되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전국적으로 지자체, 지역행사, 기업주관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아빠참여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 육아 아빠를 좌절시키는 말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육아 아빠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육아정책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2018년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의 부모 연령은 아버지가 39.6세, 어머니가 36.6세였다. 이들 30대 중후반 연령대의 부모 세대는 5~60대인데, 그 세대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학습되고, 자녀들은 자신을 키운 부모의 양육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모가 된다.

세상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급변했다. 특히 가부장적 전통에 기반한 기존의 성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가 강해졌다.

그에 비하면 남성들의 변화 속도는 느리고,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남성 육아는 여전히 사회적 공감대가 미약하다. 이런 상황이 저출생 풍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직장에서 바꾸고 싶은 성차별 말과 행 동‘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경험하는 성차별로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가 가장 많았고, 2위는 "남자가 그것도 못해" 등 , 3위는 "남자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등이었다.

자녀를 돌보거나 가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이같이 “남자가~~”라는 편견이다.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제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직장문화와 주변의 인식은 시대와 역행하는 것이다.

2017년 한국양성평등교육연구원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된 성역할 고정관념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학년 교과서의 삽화, 이미지, 표현 등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몇가지 예를 들면, 초등 1~2학년 교과서에는 생계부양자는 남성, 아픈 아이를 간호하거나 아이의 병원진료를 돕는 사람은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직업에 대한 묘사에서도 은행원, 사서, 급식배식원은 모두 여성으로, 기관사, 과학자, 기자 등은 모두 남성으로 그려졌다.

사춘기 신체 변화를 설명하는 5학년 체육 교과서의 경우, 남학생은 몸이 튼튼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자세, 여학생은 애교를 부리는 듯한 자세의 사진이 실려있다.

이렇듯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형화된 남녀 성역할을 주입시키는 교육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 빨래하는 여성, 운전하는 남성..대중매체 속 성역할 고정관념 여전

기저귀 가는 아빠, 요리하는 아빠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교육, 제도, 사회의 지지와 지원, 개인의 노력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올 2월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했다.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성평등적 인식이 자리잡도록 계도하기 위해서다.

안내서는 여교사, 여학생, 여군 등 직업 앞에 ‘여(女)’자를 붙여 성별을 나타내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언어 사용이나 ‘처녀작’, ‘처녀비행’ 등 성차별적 언어사용에 주의,

성평등 적극 반영, 남성과 여성 모두를 균형있게 대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삶을 보여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지나치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대중매체에는 여전히 성역할 인식이 전통적인 범주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서울YWCA는 지난 4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광고에 반영된 성인식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올해 3월 25일부터 4월 14일까지 국내 공중파, 케이블, 인터넷·극장·바이럴(입소문) 광고 381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성평등적 광고는 10편이었지만, 반면 성차별적 광고는 그 2배가 넘는 22편이었다.

광고 속의 역할도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광고 속 주요 인물 중 육아를 하는 사람은 80%가 여성이었고,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65%가 남성이었다.
 

맞벌이 가정이 전체 가정의 절반 가까이 되는 시대를 살면서도 여전히 여성은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에서 살림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의 경우 광고표준위원회(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ASA)는 ‘청소하는 엄마, 운전하는 아빠’와 같이 성 고정관념을 고착시키는 광고를 금지했다,

지난달부터 영국에서는 ▲기저귀를 갈지 못하는 남성,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등 성별로 인해 특정한 일을 못하는 장면 ▲외모를 가꾸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정서적 만족감을 얻는 여성의 모습 ▲섬세한 작업을 하는 남성을 비웃는 광고 등이 전면 금지됐다.

 

● 여전히 짧은 아빠의 육아참여시간,, 각성과 노력 필요

그렇다고 영국이 진보적인 국가는 아니다. 영국 의회나 법정에서 ‘퍼루크’라는 가발을 쓰는 복식전통을 고수하는 것에서 보듯이 오히려 전통의 영향이 강하다. 아빠에게 주어지는 배우자 출산휴가와 같은 가족친화정책에 있어서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기용품회사 팸퍼스가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남자 화장실에 5천개의 기저귀 테이블을 설치하기로 했다. 아기를 돌보는 남성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기저귀 갈기인데, 외출시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테이블이 거의 없기 때문에 특히 더 곤혹스러워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재직 당시 ‘어떤 상황에서도 화장실을 쓸 수 있는 법(BABIES, Bathrooms Accessible in Every Situation)’, 일명 ‘BABIES법’을 통과시켰는데, 사실 이 법은 남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어려움 없이 기저귀를 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 고작 여자 화장실을 포함해서 기저귀 테이블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표지판 설치에 관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많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제도와 인식적인 측면에서, 특히 육아 아빠의 입장을 고려하는 정도로까지 육아친화적인 사회는 아직 드물다.

닭이 먼저냐, 달걀의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회가 아빠의 육아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갖춰가기도 하지만, 육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증가하면서 여건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키우는 일인데, 환경이나 제도 탓으로 돌리고 육아를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나 하면 그렇게 자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는 육아정책연구소를 통해 지난해 9~11월 영유아를 둔 2533가구(영유아 3775명)와 어린이집 3400개소를 대상으로 한 '2018년도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최근 3년 새 하루 36분이 늘었고, 엄

마는 18분 줄었다. 시간이 늘었다고 하는데도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하루 3시간 36분에 불과해 엄마가 하루 8시간 24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쳤다.

아빠들의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유급 육아휴직기간 연장, 육아휴직기간 소득대체율 확대 등 육아 아빠들을 독려하는 제도 개선도 이어져야 한다.

 

【서울-웨딩TV】 윤지수 기획특집 담당기자  paula.y@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