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임신에 대한 갈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불임 할증료 논란
【영국】 임신에 대한 갈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불임 할증료 논란
  • 서정환 기자
  • 승인 2019.07.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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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지연 커플 일곱쌍 중

한쌍이 증명되지 않은 치료에 의존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국가지원의 한계, 그만큼 절박한 난임 부부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 1만600여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약 12%, 부부 10쌍 중 1쌍이 난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난임이 많아지면서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건강보험에 난임 시술을 포함시켜 만 44세 이하 부부에게 시술비의 30%만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이달부터는 만 45세 이상도 시술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횟수는 체외수정시술 신선배아 7회, 동결배아 5회, 인공수정시술 5회까지 총 17회로 확대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난임 치료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치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검사비나 치료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난임 가정의 가계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서울시가 39억 원을 들여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 내에 ‘공공난임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난임센터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공공난임센터 건설을 누구보다도 반겨야 할 난임 환자들이 오히려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게시판에는 “39억 원이면 2000명의 난임 부부를 시술해줄 수 있는 비용”, “최고의 명의와 최고의 기술을 가진 병원을 찾아가도 임신이 될까 말까인데...”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립의료기관의 경우 환자들의 대기 기간이 길기 때문에 생리를 기준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난임 환자들이 공공 의료의 혜택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유럽의 난임 부부들도 사설 병원을 찾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불임(난임) 부부들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한 개인병원의 과잉진료, 보조식품과 대체치료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임신자문국(British Pregnancy Advisory)은 가격이 250파운드(약 37만원)인 ‘임신력 배양(fertility boost)’ 주사제 판매를 강제로 철회시켰다. 제품의 효능이 증명되지 않았음이 밝혀졌기 때문인데, 영국임신자문국은 “여성의 감정적 안녕(emotional wellbeing)에 실질적인 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이 회사를 고발조치했다. 

 

○ 난임부부들의 절박함 이용하는 관련업계에 대한 정부의 경고

영국의 임신출산 시장의 가치는 3억2천만 파운드(약 4,736억원)를 상회한다고 추정되는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효능이 증명되지 않은 임신력 배양 주사제, 균형있는 식사로 더 잘 흡수되는 성분들이 들어있는 값비싼 비타민 주사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영국에서 자연임신이 지연되는 일곱 커플 중 한 커플은 비싼 돈을 들여서 임신 능력을 북돋아준다는 증명되지 않은 치료에 의지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첫 아기를 갖는 연령이 남녀 모두 상승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생식력은 떨어진다. 그리고 정부의 임신지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대기순번은 점점 길어지고, 제한적으로 할당되는 치료, 게다가 자격기준도 강화되면서 국민의료보험(NHS: National Health Service)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임(난임) 커플들은 자연 임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 NHS의 치료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스트레스 등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관련 회사들이 해당 커플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기회가 된다.

인간수정 및 발생 담당국(The 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은 74%의 개인병원 환자들이 (이러한) 추가치료에 돈을 썼다고 밝혔다. HFEA의 국장인 샐리 췌셔(Sally Cheshire)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임신력 증진 주사제’는 임신능력을 증가시키거나 부양시킨다고 주장하는 미신같은 것인데, 이는 이미 임신시도 과정에서 감정적 혼란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HFEA는 임신클리닉들을 대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도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며, 추가 치료들을 그 효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신호등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침치료와 같은 일부 대체치료가 임신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웰빙과 스트레스 제어능력을 부양시킬 수 있다고 증명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커플들에게는 값싼 생활방식과 식이요법, 필요한 의학적 지원, 그리고 보다 공평한 NHS치료 등이 비싼 치료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HFEA는 권고했다.

 

【서울-웨딩TV】 서정환 글로벌 전문기자 jhseo1222@wedd.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