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로

부모 잃은 소녀들 중

상당수가 임신으로 교육의 기회 빼앗겨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임신을 소녀들의 책임으로 전가해서 처벌해

서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북서쪽 지역으로 가나, 기니, 나이지리아, 세네갈, 시에라리온, 콩고 등 약 20개국에 달한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곳이 많고, 몇몇 국가를 제외하곤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또한 서아프리카는 ‘21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2013년 12월 첫 사례가 보고된 후 2016년 6월 WHO가 종식 선언을 할 때까지 2년 반 동안 알려진 사망자만 1만 1천여명인데, 아프리카의 특성상 보고되지 않은 발병자들을 감안하면 사망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 지역에 큰 상처를 남겼다. 특히 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소녀 고아들 중 상당수가 임신을 했고, 이는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시에라리온에서 임신한 여학생들의 등교 금지조치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레지나(Regina)는 6학년 때 임신하게 되어 학교에서 쫓겨났는데, 이후 또 다시 임신하게 되었다. 또 다른 소녀 페이션스(Patience)는 에볼라가 창궐하여 학교가 휴교할 때 임신하게 되어 학교가 다시 열리기 직전에 출산했다. 학교에 다시 갔을 때, 그녀는 이미 제적상태였다.그녀는 재입학 또는 다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서류를 학교에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페이션스는 “그들은 임신한 것이 내가 나빠서라며, 정부 정책상 나를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처벌을 받은 것은 아기 아빠가 아니라 나뿐이다. 이는 불공평하다”고 호소했다.

 

소송은 수많은 소녀들의 상황을 바꿀 마지막 기회

이 소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고아가 되었고, 취약한 환경에서 자립하던 중 임신을 했다. 에볼라가 가라앉은 후에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지만, 정부는 ‘순진한 소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이 소녀들의 등교를 금지했다.

지난 6월 27일, ‘지금 평등을(Equality Now)’과 ‘폭력과 착취에 반대하는 여성연대(Women Against Violence and Exploitation Society)’등 두 단체는 이런 등교금지 조치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임신한 여학생의) 등교금지에 대한 논의는 2010년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당시 지역시험위원회(regional examination board)는 임신한 소녀들을 시험보게 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정부를 질책하였다.

이후 시에라리온 정부는 에볼라 확산으로 임신한 소녀들의 수가 급증하자 등교금지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사면위원회 추산으로 2015년에 1만 명의 소녀들이 학교로부터 거부당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한 단체의 관계자인 쥬디 지토(Judy Gitau)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호자와 부모가 사망해서 강간당한 소녀들도 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관련된 소녀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등교금지 조치로 인해 국가가 인정한 범죄의 희생자들이 교육의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수많은 소녀들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만일 이 단체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그 영향은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탄자니아와 적도기니 등의 다른 나라에도 압력을 가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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