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2등 시민으로

취급받는 보수적인 왕국에

변화 예고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 젊은 사우디 여성들의 망명이 잇달으면서 후견인제도 논의 이뤄져

올해 초 미국과 유럽을 순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와하비즘(Wahhabism·이슬람 근본주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살만 왕세자의 이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수적인 강성 이슬람국가 이미지를 벗어나 자신의 개혁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중에서도 와하비즘(이슬람 원리주의)이 우세한 국가이다.

종교적, 사회적 통제가 심하고, 여성 인권이 열악하다.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 사우디아라비아가 ‘남성후견인 제도’를 완화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한 관료는 만 18세 이상의 여성에 대한 여행제한이 올해 풀릴 것이며, 지정된 남성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21세 이하 남성의 국제여행에 대한 제한도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 여성들은 결혼이나 이혼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 여권취득 등에 있어서 남성 친척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런 ‘남성후견인 제도’로 인해 여성들은 가정적인 문제와 성폭력 문제에서 도움을 구하기 어렵고, 자식의 양육권을 얻기도 어렵다.

지난 1월 18살의 라합 모하메드 무트락 알-쿠눈(Rahaf Mohammed Mutlaq al-Qunun)은 가족의 학대를 이유로 태국의 호텔로 피신했다가 결국 캐나다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올해 들어 젊은 사우디 여성들의 외국 망명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 후견인제도는 면밀히 재검토되어 왔다.

 

● 국제사회의 압력 완화 구실로 이용되면 안된다는 의견도

사우디의 한 왕족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층,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이 제도의 변화를 바란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논의는 어떻게 하면 동요 없이, 가능한 빨리 이 변화를 도입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자문관은 여행규제에 대한 개혁의 추동력은 ”위로부터“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국의 사실상의 지배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7년 왕위계승자로 지목된 이후사우디의 석유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범위한 사회적 및 경제적 개혁을 시행해왔다.

2018년에는 칙령으로 여성의 운전금지조치가 해제되었고, 여성이 직장을 구하거나, 대학에 등록하거나, 또는 수술을 할 때 후견인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사우디의 여성권익 및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여행규제의 해제에 대해 낙관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 책임자인 사라 레 윗슨(Sarah Leh Whitson)은 ”이 보도가 사실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소식이 공식적 성명을 통해 나오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렇지만 빈 살만 왕세자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런 정보를 누출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걸프해에 기반을 둔 법률변호 비정부기구인 MENA 인권 그룹의 법률관인 타이프 알-쿠다리(Taif al-Khudary)는 “이번 소식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여행규제 해제 조치가 시행된다면 남성후견인제도로 인해 여성들이 2등 시민으로 취급받는 보수적인 사우디 왕국의 생활에 급진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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