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과 동등한 암컷들, 가부장적 규칙에 지배되지 않아
공격적 남성성이라는 다윈적 사고는 해로운 남성성에 면죄부 줘

루시 쿠크 작가는 기존 동물학의 인식을 뒤집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암컷 동물들의 습성을 연구했다.(출처-CNN) 
루시 쿠크 작가는 기존 동물학의 인식을 뒤집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암컷 동물들의 습성을 연구했다.(출처-CNN)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세계에서도 수컷이 지배하고, 암컷은 온순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찰스 다윈 이후 현재까지도 교과서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인식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

CNN에 따르면 최근 동물 세계에서의 이런 성차별적 오류를 끌어내리고, 야생에서 암컷의 역할에 대한 보다 완전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 발간됐다.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이번에 출판된 <음란한 여성성:여러 종의 암컷들(Bitch: On the Female of the Species)>의 저자인 루시 쿠크(Lucy Cooke)동물세계의 다양성을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시각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크 작가에 따르면 암컷들도 수컷만큼이나 성적으로 문란하고, 경쟁적이며, 공격적이고 역동적이며, 또한 진화에 있어 수컷과 동등한 역할을 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쿠크 작가는 잔인한 미어캣 암컷, 길이 20cm의 클리토리스(clitoris)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 점박이 하이에나, 지속적인 동성애관계를 유지하는 알바트로스와 폐경기의 범고래 모계가장 등 다양한 암컷들의 생활을 자세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암컷들의 생활이 다양하고, 이들이 억압적인 가부장적 규칙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수컷은 문란하고 암컷은 얌전하다는 다윈적 사고의 오류

명금(출처-위키피디아)
명금(출처-위키피디아)

수컷은 공격적으로 문란하고, 암컷은 얌전하고 선택적이며 순결하다는 것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익숙한 비유다. 그러나 많은 암컷들이 수많은 파트너와 짝을 지으려고 한다. 암컷 사자는 다수의 구혼자 수컷들과 하루에 100번의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금(songbirds)들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동안 사회적으로 일부일처제다. 그러나 둥지를 짓기 전의 암컷은 보통 복수의 파트너와 짝짓기를 한다. 둥지에는 비록 한 마리의 수컷이 암컷과 함께 새끼를 기르지만, 알들의 아버지는 각각 다르다. 이는 동쪽 파랑새(eastern bluebird)의 알들에 대한 DNA검사로 밝혀진 사실이다.

쿠크는 중요한 것을 발견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들은 암컷들이 전혀 유순하지 않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암컷 조류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사실은 1990년대에 와서 받아들여졌으며, 이후 파충류와 양서류에 대한 비슷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쿠크의 책에 따르면 진정한 일부일처제는 전체 종의 7%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암컷의 문란함

암컷의 이런 문란함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는 새끼의 임신확률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며, 일부 동물의 경우 새끼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인도의 수컷 랑구르 원숭이는 무리를 지배하면 이유식 이전의 새끼들을 죽인다고 알려져 있다. 비슷한 행태가 사자 뿐 아니라 침팬지를 포함한 다른 영장류에서도 관찰된다.

한편 공격적인 짝짓기는 암컷 침팬지와 바바리 마카크(Barbary macaque, 아프리카·아시아산 원숭이의 일종), 사바나 개코 원숭이에서도 관찰된다.

암컷들은 무리 내외의 복수의 구혼자들과 짝을 짓는데, 이는 부계를 헷갈리게 해서 새끼가 죽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으며, 수컷이 새끼를 함께 기르도록 유인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쿠크 작가는 암컷이 수컷만큼이나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란함은 새끼를 보살피는 암컷의 전략이다.

남근을 가진 암컷 하이에나

암컷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아프리카 점박이 하이에나(출처-CNN)
암컷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아프리카 점박이 하이에나(출처-CNN)

생식기가 성별을 구별하는 주요 특징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쿠크 작가는 남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암컷들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점박이 하이에나의 암컷은 길이 20cm가 넘는 클리토리스를 갖고 있는데, 그 모양과 위치가 수컷의 음경과 동일하다. 이 암컷은 발기도 하고, 수컷들보다 몸집도 크며 보다 공격적이다. 그리고 암컷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무리 단위로 최대 80마리가 모여 살고 있다.

이 점박이 하이에나와 여우원숭이 그리고 뒤쥐(mole rat)처럼 남성화된 동물들에 관한 연구는 동물이 어떻게 암컷이 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데, 이 분야는 아직 연구가 잘 되어있지 않다.

전통적으로 배아는 암컷을 기본으로 하고, 수컷이 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의 예들은 이렇게 성별의 차이를 보는 방식은 지나치게 경직된 시각임을 보여준다.

암컷 지배사회의 다양한 방식

번식을 독점하는 암컷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미어켓(출처-pixabay)
번식을 독점하는 암컷 우두머리가 지배하는 미어켓(출처-pixabay)

우두머리 암컷을 생물학계가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자들은 암컷 피뇽제이(pinyon jay, 어치의 일종)간의 계급투쟁을 조류의 생리전증후군정도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암컷이 지배하는 동물사회는 많으며, 때에 따라 끔찍하기도 하다.

몽구스의 일종으로 뒷다리로 서서 아프리카 사바나를 살펴보는 귀여운 미어캣(meerkat) 집단은 번식을 독점하는 한 마리의 암컷이 지배한다. 이 암컷의 목적은 자신의 암컷 친척들이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그들을 자신의 새끼를 보살피는데 협력하게 한다. 이 우두머리 암컷은 생식기에 들어선 자신의 경쟁자들을 죽이거나 무리에서 내쫓는다. 쿠크 작가는 협력번식이라고 불리는데, 사실은 조금 독재적이다.”라고 말했다.

여타 침팬지들과 달리 난쟁이 침팬지(bonobos)는 암컷 지배 사회에 산다. 그러나 암컷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강력한 자매애를 형성하는데, 서로 털 손질을 해주고 자위도 해주면서 긴장감을 조절하고 협력을 촉진시킨다.

쿠크 작가는 난쟁이 침팬지에서 놀라운 점은 지배력이 성별과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처해있는 환경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해진 규칙이 없다라고 말했다.

수정을 조절하는 암컷의 능력

정자가 난자에 수정되는 것을 조절하는 암컷 청둥오리(출처-위키피디아)
정자가 난자에 수정되는 것을 조절하는 암컷 청둥오리(출처-위키피디아)

수컷이 지배하는 집단에서 짝짓기가 (수컷에 의해) 강제되더라도 암컷들은 이런 성대결을 조절하는 독특한 방식을 진화시켰다.

암허스트 메사추세츠 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진화생물학과의 패트리샤 브렌난(Patricia Brennan) 교수는 암컷의 생식기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브렌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리와 돌고래의 질은 단순한 튜브가 아니라 숨겨진 주머니와 나선형 구조를 갖고 있다.

브렌난 교수는 암컷 청둥오리는 수컷의 생식기를 받아들이거나 저지함으로써 난자에 수정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돌고래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쿠크 작가는 종에 따라 수컷의 (짝짓기) 강요가 흔한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암컷은 난자에 수정되는 정자 주인들을 선택한다. 결과적으로 암컷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윈이 수컷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제목의 다음 책을 계획하고 있는 쿠크 작가는 우두머리는 수컷이라는 고정관념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런 생각은 남성을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라는 틀에 가두게 된다면서 이런 다윈적 사고가 해로운 남성성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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